하지만 불과 2~3개월 전까지만 해도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며 실패할 것이라는 여론이 들끓었고, 시도 때도 없이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렇다면, 한진해운의 회생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실제 가능성을 열어둘 만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최근 추가로 제출한 자구안이 계획대로 이행되고 있다. 최근 런던사옥 매각 잔금 322억원, 상표권 유동화 잔금 342억원 등이 순차적으로 입금되는 등 이번 달만 약 664억원의 유동성이 확보됐다. 또 지난달까지 H라인 해운 잔여지분, 벌크선과 일본 도쿄 사옥 일부 매각 등으로 650억원가량을 받았다.
컨테이너 운임 상승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대표적인 운임지수인 중국발 컨테이너운임지수(CCFI) 종합지수는 3일 기준 658.4p로 올해 최저치(632)보다 상당히 올랐다. 상하이발 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0.8p 상승한 588.6p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부터 수급여건 개선으로 아시아·유럽, 아시아·북미 양대 항로에서 운임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시황 개선이 성수기인 3분기까지 이어지면 수익성 개선은 물론 선박 운영 효율화도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한진해운의 계선율(배를 사용하지 않고 묶어두는 정도)은 0%로 전 선박을 활용한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3일 결성된 새로운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의 경쟁력 역시 한진해운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보여준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선복량 기준 글로벌 톱10에 들어가는 선사로 디 얼라이언스 입장에서는 한진해운이 필요했을 것이다. 한진해운과 세계 5위인 하팍로이드 등이 힘을 합친 디 얼라이언스는 선복량 기준 세계 2위이다. 미주, 유럽 등 주요 노선에서는 한진해운이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수년간 쌓아온 항로 운영 서비스에 따른 신뢰로 올해 역시 미주 화주 계약 체결에 성공했으며, 전년 대비 물량도 11% 증가했다. 한진해운은 미국 로우즈(Lowe's)로부터 3년 연속 최우수 선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 결과 역시 무조건 비관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한진해운 역시 “1차 용선료 협상에서 22개의 선주들을 모두 만난 것은 물론 수십년간 바탕이 된 신뢰도를 기반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으며 현대상선의 선례가 우리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얼마전 진행됐던 사채권자 집회 관련 설명회 당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선복량 세계 8위, 아시아·미주 수송실적 세계 4위를 지키고 있는, 국내 기간산업인 해운업을 대표하는 업계 1위 한진해운이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매서운 돌풍을 무사히 통과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