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경제계 인사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지만 분위기는 무거웠다. 최근 각종 이슈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한국 경제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였던 탓이다.
상황은 달랐지만 회장님들의 복잡한 심경은 하나같은 모습이었다. 이에 회장님들은 한결같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피하기에 급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일본 경제단체연합회와 제26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전경련 해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나 허 회장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물론 전경련 해체설과 관련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두 재단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허 회장은 “나중에 말하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에 나서지 않았다. 이어진 ‘야권과 일부 시민단체에서 전경련 해체를 주장한다’는 지적에도 “나중에”라는 말을 반복했고, ‘청와대가 재단 설립에 개입했느냐’는 질문 역시 별다른 답을 하지 않으며 급하게 행사장 안으로 자리를 피했다.
이날 재계회의에 참석한 참석자들도 전경련과 관련해 논란을 의식한 듯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전경련 해체론과 관련해 의견을 묻는 질문에 “제가 말할 만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짧게 답변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집중 조명을 받았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해운물류 사태와 각종 그룹 문제로 최근 논란을 일으켜왔다. 특히 최근 열린 국감에서는 전세기 3대를 전용기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조 회장은 입을 다문 채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행사장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준비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수준의 대답만 내놓았다. 우선매수권 행사와 자금조달 방법 등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결정된 게 없어 시간을 보고 할 것”이라는 입장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