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 의혹 조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9월 30일 한미약품 주식의 매매내역 분석을 신속 심리하기로 했다. 신속 심리는 통상 1~2달이 걸리는 매매내역 분석을 1~2주로 단축하는 것을 뜻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미약품 주식을 거래한 계좌의 원장을 증권사로부터 받은 뒤 이 계좌의 소유주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한미약품 주식 매매 계좌의 소유주가 분석되는 데로 금융당국에 해당 자료를 건넬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과 금융감독원은 거래소에서 해당 자료를 받기 전에도 한미약품과 관련, 전방위 조사를 벌인다. 이들은 현재 이번 한미약품의 늑장 공시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와 연관성이 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악재성 공시가 지난달 30일 9시29분에 나온 상황이기에 장 개장 이후 29분 동안 내부자가 미공개 정보로 손실 회피나 부당 이득 취득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임원이나 경영진의 해당 사안 연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호재성 계약과 계약 취소, 이들 정보 공시 등 일련의 과정은 회사 고위층 개입 없이 진행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신속한 현장 조사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는 빠른 증거 확보가 혐의 입증의 관건이다. 통신사 개인정보 조회를 통해 복구할 수 있는 전화 통화 목록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탓이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 사태 때도 금융당국은 최 회장이 주식을 판 6일 뒤에 이 회사 본사에 현장 조사를 나갔다. 금융위 자조단 관계자는 “거래소의 심리 자료를 받기 전에도 현장 조사는 나갈 수 있다”며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내부자가 특정되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조사에서 패스트트랙(Fast-Track, 검찰조기이첩)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검찰에 넘겨지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한미약품 공시 파동 사태의 수사를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