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은 이번 사태의 의문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9월 29일 오후 7시 6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7억3000만 달러(8500억 원) 규모의 계약 해지 사실을 메일로 통보받았다.
이 회사는 이로부터 14시간 23분이 지난 30일 오전 9시 29분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해지 사실을 공시했다. 29일 장 마감 이후인 4시 33분 호재성 공시(제넨텍에 9억1000만 달러 규모 기술 수출)를 낸 뒤 30일 장이 개장된 직후 악재성 공시를 내 시장의 혼란은 커졌다.
이 같은 배경에 대한 한미약품의 해명은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 김재식 한미약품 부사장은 "관련 증빙 자료를 충분히 검토하고 당초 계약 규모와 실체 수취 금액의 차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한미약품의 계약 취소 공시는 이 회사가 거래소와 협의할 사안이 아니라 공시 시스템에 입력하면 바로 표출되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에게 14시간 23분이란 시간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30일 장 개장 전에 얼마든지 계약 취소 공시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미약품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늑장 공시에 고의성이 없었다 해도 의문점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계약 해지 공시 당일인 지난달 30일에는 한미약품의 공매도량이 10만4237 주를 기록해 전체 주식 거래량의 5.79%를 차지했다. 역대 최고치다.
또 30일 한미약품의 공매도 평균가격은 59만622 원, 공매도 거래대금은 616억 원이었다. 이날 한미약품이 50만8000 원(18.06% 하락)에 마감한 것을 고려하면 공매도 주체들은 계약 취소 공시가 주가를 크게 끌어내릴 대형 악재로 해석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한미약품 조사에게 가장 무게를 두는 것도 내부자들의 미공개 정보 이용이다. 설사 공시에 고의성이 없었다 해도 해당 정보를 알고 있던 내부 직원들이 이를 활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미 전례가 있다. 한미약품 연구원은 지난해 3월 일라이릴리와 7800억 원의 기술 수출 계약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챙겼다. 해당 연구원은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 관계자는 "한미약품의 공시 적정성 뿐 아니라 미공개 정보 이용행위 등이 주요 조사 대상"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번 조사에서 패스트트랙(Fast-Track, 검찰조기이첩)을 적용할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미공개 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등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는 빠른 증거 확보가 혐의 입증의 관건이다. 통신사 개인정보 조회를 통해 복구할 수 있는 전화 통화 목록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탓이다.
이 때문에 관련 자료 및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1차 현장조사 뒤에 곧바로 해당 사안을 검찰에 넘길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에 넘겨지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 한미약품 공시 사태의 수사를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