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의 첫 TV 토론은 미국의 국민적 이벤트인 미국프로풋볼 NFL의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을 방불케 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NBC와 CBS, CNN TV 등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첫 TV 토론은 사상 최다인 1억 명 이상이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 사상 최고의 시청률은 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과 현직 대통령이던 지미 카터의 논쟁을 약 8060만 명이 지켜본 1980년의 기록이다.
이번 TV 토론의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의 막말·기행과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클린턴의 응수였다.
이날 두 사람은 의상부터 대조를 이뤘다. 클린턴은 빨간색 바지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빨간색은 활동적인 인상을 주는 만큼 그동안 그를 둘러싼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려는 과감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늘 하던 빨간색 넥타이 대신 차분한 파란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폭언을 반복하던 평소 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쳐버리고 ‘대통령다움’을 어필하려는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색상 선택은 이날 주요 화젯거리였다. 빨간색은 공화당을, 파란색은 민주당을 각각 상징하는 색상인데, 두 후보는 뜻밖에도 상대 진영의 색상을 걸치고 나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를 부르는 호칭에도 평소와는 다른 태도가 묻어났다. 클린턴은 친근감을 표시하려는 듯 트럼프에게 “도널드”라고 이름을 부르며 말을 걸었다. 트럼프는 평소 즐겨 부르던 “사기꾼 힐러리”라는 별명 대신 “클린턴 장관”이라며 정식 호칭으로 불렀다.
그러나 이런 노력도 무색, 트럼프는 클린턴이 자신의 주장을 공격할 때마다 ‘사실이 아니다’ ‘틀렸어’라는 혼잣말과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수시로 대중에 들켰다. 또한 자신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는 클린턴의 전략에 넘어가 실언을 반복, 결국 이날 첫 TV 토론의 패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