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물] 9월 24일 정운영-100분 토론으로 명성 떨친 진보 경제학자

입력 2016-09-2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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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명 편집부 차장

경영학을 공부한 놀부(자본가)와 의식화를 학습한 흥부(노동자)가 공존공영하도록 돕는 게 경제학이라며 힘 없고 돈 없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기를 평생의 화두로 삼았던 정운영. 정통 마르크스 경제학을 소개한 진보 경제학자인 그는 최고의 논객이자 당대의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다.

충청남도 온양시(현재 아산시)에서 태어난 정운영(1944. 3. 18~2005. 9. 24)은 한국일보와 중앙일보에서 기자로 활동한 후, 벨기에 루뱅대학교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한신대학교 경상학부 교수로 재직 중 학장의 조기 퇴진을 요구하다 해직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그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시간강사로 떠돌았다.

한겨레신문 창간에 참여한 정운영은 11년간 쉼 없이 칼럼을 썼으며 1999년 MBC 토론 프로그램인 ‘정운영의 100분 토론’ 사회자로 날카로운 입담과, 진지하면서도 쉬운 진행으로 명성을 얻었다. IMF 후에 옮긴 중앙일보에서 쓴 친(親)재벌적 논조의 ‘정운영 칼럼’은 평소 신조와 모순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은 “늦바람이 무섭다”면서 그를 기회주의자로 부르며 등을 돌리기도 했다.

1990년 여름, 소설가 복거일과 두 달간 뜨겁게 달군 자유주의 논쟁은 특히 유명하다. 복거일이 자신의 에세이집 ‘현실과 지향-한 자유주의자의 시각’에 대한 정운영의 서평-기존의 관례를 완전히 뒤엎는 비판 일색의 글-에 대해 반론을 쓰면서 촉발된 논쟁은 지식인 사회에 생소했던 ‘실명 비판’의 전형으로 평가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명성이 저물어갈 즈음 건강도 위태로워졌다. 위암수술로 위를 거의 들어낸 정운영은 2005년 가을, 곡절 많았던 그의 삶도 막을 내렸다. 다독가이자 애서가로도 유명했던 그는 평생 모은 2만여 권의 장서를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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