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높은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으며 자금을 수월하게 유치해왔던 중국 스타트업계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직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평가까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스타트업체들의 투자 유치 성적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피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새로 조성된 벤처투자펀드는 173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줄었다. 이들이 조달한 자금은 789억 위안으로 지난해보다 14% 감소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건수와 액수도 현저하게 줄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스타트업 투자 건수는 12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분의 1 넘게 줄어든 것이다. 이중 투자 규모가 공개된 것은 1052건으로 투자액은 585억 위안이었다. 지난해보다 13% 줄어든 금액이다.
중국 투자은행 차이나르네상스의 판바오 대표는 지난해 거액을 투자했던 유명 투자자들도 최근 중국 스타트업 투자에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절벽으로 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시장 분위기가 확실히 가라앉았다”면서 “특히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의 경우 비용을 절감하고 현금유동성을 조절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지만 그런 역량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은 투자 분위기가 위축된 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네 식료품 가게를 배달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스타트업인 베이징퀵인터넷테크놀로지는 2014년 5월 설립 이후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약 1년 만에 유력 벤처투자업체로부터 3차례에 걸쳐 약 9000만 달러 넘게 투자금을 유치했다. 그러나 최근 1년 사이 신규 투자를 받지 못했고 허리띠를 졸라메고 있다.
지난해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그간 주목받던 투자처의 수익률이 저조해지자 중국 벤처투자 시장에는 그야말로 투자금이 밀물처럼 유입됐다. 엔젤 투자자들은 지난해 102억 위안을 중국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는 2014년 투자규모의 3배가 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최근 중국 스타트업 투자에 신중해진 이유는 있다. 한번 투자를 하면 쉽게 자금을 빼내지 못하는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일단 증시 상장 허가를 받는 것 자체가 2~3년이 걸리다 보니 기업의 IPO를 통해 투자 대박을 노리는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중국 스타트업 가치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뚜렷한 지표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하려는 스타트업이 과거에 얼마나 투자금을 유치했는지를 놓고 회사 가치를 판단하고 있는데 해당 가치가 전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죽은 유니콘’에 투자하게 되는 건 아닌지 두려워하고 있다. 유니콘은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가 샤오미다. 샤오미는 현재까지 460억 달러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샤오미의 몸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