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에 불안한 수급을 보여야할 산업금융채권(산금채)에 오히려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불안보다 S&P의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이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검은머리 외국인이 CDS(신용부도스와프)와 CLN(신용연계채권)등의 파생상품 발행을 위해 산금채를 선매입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금채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거세다. 최근 20일간(8월 11일~9월 2일) 외국인이 사들인 산금채는 2500억 원에 이른다.
산금채는 기간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산업은행이 발행한 특수채권의 일종이다. 정부가 발행하는 각종 국공채 금리와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의 기준금리가 되기도 한다.
통상 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국책은행의 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 이들이 발행한 채권에는 수요가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 산금채에는 외국인 자금이 몰려 이에 역행하는 모습이다.
원인으로는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상향을 꼽을 수 있다. 산금채는 국고채 수준의 안정성이 보장되지만, 금리는 시중은행과 비슷하다는 장점이 있다. S&P의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산금채의 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산금채에 수요가 집중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달 9일 S&P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올린 후 11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단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순매수를 보였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산금채는 국고채와 마찬가지인 신용도로 시중은행 수준의 금리를 보이는 장점을 가진데다, 유사시 정부가 산업은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법적 조항도 있다”며 “최근 S&P의 우리나라 신용등급 상향에 외국인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CDS와 CLN 등 파생상품과 연계한 구조화 채권 발행을 위한 ‘검은머리 외국인’의 산금채 선매입이 외국인으로 집계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증권사의 채권딜러는 “산금채에 투자한 이들은 외국인으로 잡히는 우리나라 사람일 수도 있다”며 “국내 CDS와 CLN 등 발행 때문에 산금채에 대한 투자가 많았는데, 이 경우가 외국인으로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 은행의 한 채권딜러 역시 “CDS나 CLN과 연관이 높아보인다”며 “크레딧 디폴트 스왑을 거래하기 위해 준거채권을 매입한 경우일 수도 있고, 크레딧 연계 채권 발행을 위해 매수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