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젠은 국내 시장을 장악한 수입종자를 대체하는 고품질의 당근을 개발해 해외 수출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유전자교정 작물이 유전자변형생물체(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내 유전자교정 작물 첫 상업화 시도
툴젠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첨단생산기술개발사업 과제에 선정됐다. 유전자가위 기술을 가진 툴젠과 식물분자 육종 기술을 보유한 농협종묘센터·농우바이오가 함께 영양 및 풍미, 색깔이 강화된 신품종 당근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실제 상품화가 가능한 작물을 개발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지난해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제교정연구단장팀과 최성희 서울대 교수팀 공동연구로 병충해에 강한 상추를 개발해 'Nature Biotechnology'에 소개되기도 했지만 상업화보다는 학술적 의미가 컸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사과의 갈변현상을 일으키는 유전자(PPO, polyphenol oxidase)의 발현을 낮춘 사과가 승인돼 올해 말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툴젠이 유전자교정 작물의 상업화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은 국내 종자산업을 이끄는 농우바이오와의 협력 때문이다. 농우바이오는 다양한 당근 신품종을 개발했으며 관련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툴젠은 농우바이오와 협력해 상품성을 높이는 핵심 유전자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석중 툴젠 연구소장은 "당근은 색깔을 짙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품성이 높아진다"면서 "연구개발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기존 시장에 독점적인 수입종자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수출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업기간은 오는 2018년 12월 31일까지로 사업비는 총 9억 5000만원이다. 이 중 7억원은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유전자교정 작물 'GMO' 논란 극복할까
하지만 유전자교정 당근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더라도 우리 식탁위에 오르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 GMO 때문이다.
유전자가위 작물의 GMO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GMO의 인체적 환경적 위해성에 대한 불확실성과 사회적으로 형성된 부정적 인식뿐 아니라 GM작물이 시장에 나오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각종 위해성 평가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다국적 종자 회사가 아니면 승인 받아 상업화하기 힘든 현실이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진(Y. Yang)은 최근 유전자 가위 기술로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 양송이버섯을 만들었다. 미국 농무부는 이 작물에 대해 GMO로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최초의 비GMO 유전자가위 작물로 인정했다. 유전 물질을 삽입하는 기존의 기술과는 달리 내부 유전자의 변이를 유도한 것으로 기존 육종기술로 만든 작물과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 유전자변형생물체법은 인위적으로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행위 전체를 GMO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기준으로는 유전자교정 당근이 'GM식품'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정해권 바이오나노과장도 지난달 난달 31일 열린 국회바이오경제포럼에서 "유전자가위를 활용해 만든 식물·동물은 국내 기준으로는 GMO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학게에서는 GMO 규정에 대한 전반적인 재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유전자교정 작물을) GMO로 규제하게 되면 최소 10여 년 이상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인체와 환경에 대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내에서 이 기술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종자, 가축을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면서 "GMO 규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다국적 기업이 유리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