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의 소비자보호 수준을 긍정적으로 채점해 실태평가의 적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은 66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도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교보생명이 총 10개 평가 항목 가운데 8개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평가 대상인 18개 생보사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번 평가는 계량평가 5개 부문(민원건수, 민원처리기간, 소송건수, 영업 지속가능성, 금융사고)과 비계량평가 5개 부문(소비자보호 조직 및 제도, 민원관리시스템 구축 및 운용 등)을 기준으로 이뤄졌다. 평가는 부문별로 ‘양호’, ‘보통’, ‘미흡’으로 나눠 등급을 매겼다. 종합등급은 산정하지 않았다.
교보생명뿐만 아니라 삼성생명(6개), 한화생명(5개), 알리안츠생명(3개), 동부생명(3개) 등도 일부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양호’ 등급을 받은 이들 생보사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금감원의 검사를 받았거나, 현재 검사를 진행 중이란 것이다. 현재 소비자에게 자살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607억 원), 교보생명(265억 원), 알리안츠생명(137억 원), 동부생명(140억 원), 한화생명(97억 원), KDB생명(84억 원), 현대라이프생명(67억 원)으로 추려지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6월 말부터 5주 동안 삼성ㆍ교보생명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실시했고, 현재 한화ㆍ알리안츠ㆍ동부생명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 중이다.
자살보험금 지급을 권고하고 있는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생보사들을 위법 상태로 간주하고 있다. 결국, 자살보험금 미지급사로 최근 금감원 검사를 받은 교보생명이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평가에서 가장 우수하게 평가되는 모순된 결과가 나온 셈이다.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는 기존에 민원건수 위주로 평가했던 ‘민원발생평가’를 대체해 올해부터 새로 실시된 평가지표다. 학계 및 금융권역별 의견수렴을 통해 평가실시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면서 평가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업계 최대 현안이자 금감원 내부적으로 위법으로 간주하고 있는 자살보험금 이슈를 평가 과정에서 제외하면서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린 모양새가 됐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현장검사 결과를 내년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사에 대한 검사가 종료되고 검사결과가 발표되는 해당 해를 기준으로 평가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과거에 진행한 검사건까지 소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보사들의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대해 고민을 했는데, 검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부분은 이번 평가에서 제외했다”며 “자살보험금 미지급에 문제가 있다고 검사 결과가 나온다면 비계량항목을 포함해 10개 항목 모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ㆍ현대해상(이상 8개), 동부화재ㆍ에이스손보ㆍKB손보ㆍ한화손보(이상 7개)가 일부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평가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