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산업이 규제의 덫에 걸려 고사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2011년 11월 본격 시행된 셧다운제(청소년 심야 이용시간 제한) 법안의 덫이 풀리지도 않은 시점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라는 올가미까지 씌우려 한다는 지적이다. 게임업계에서도 현재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 중인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제2의 셧다운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2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규제 법안이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가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다시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19대 국회의 게임규제가 중독에 초점을 뒀다면 20대 국회에서는 화두를 바꿔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이용자가 현금을 내고 ‘랜덤 박스’를 구입하면 확률에 따라 저가부터 고가까지의 아이템이 선택되는 방식이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게임 관련 법안은 20여 개로, 게임업계에 적잖은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중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 17인이 2013년 1월 발의한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은 게임업계가 가장 우려했던 법안이다. 같은 해 4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등 14인이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역시 게임산업에 악영향을 줄 법안으로 꼽혔다. 다만, 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문턱을 넘지 못하고 모두 폐기됐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시작과 동시에 게임규제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지면서 게임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과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정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내용과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등을 공개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획득확률 등을 게임물 내부에 표시하는 게 골자다.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게임업계의 우려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이 자칫 제2의 셧다운제가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2011년 11월부터 시행된 셧다운제로 인해 한국 게임산업은 곳곳에서 후폭풍을 심하게 겪고 있다”며 “가뜩이나 중국을 위시한 글로벌 게임기업들이 앞다퉈 지배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확률형 아이템까지 규제할 땐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근거로 게임업계에서는 셧다운제 시행으로 인한 한국게임 산업의 성장률를 제시했다. 한국 게임시장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13.7%의 고속 성장을 이어갔다. 그렇지만 셧다운제 법안이 발효되고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간 2013년의 경우 역성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게임업계는 셧다운제를 포함해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신용카드 결제한도, 중독법 논란 등의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몸살을 앓았던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