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사망자 포함, 총 24명의 사상자를 낸 부산 해운대 교통사고 운전자가 본인의 ‘뇌전증’ 병력을 사고 이유로 주장하면서 뇌전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관심에 대한뇌전증학회도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고 운전자의 경우 당뇨, 고혈압 등 여러 가지 지병이 있어 교통사고의 원인이 불분명하다”면서, “당뇨약에 의한 저혈당 증상도 의식 소실과 이상행동, 뇌파의 이상을 불러올 수 있어 사실상 뇌전증 발작과 구별하기 어렵고, 순간적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고혈압성뇌증’도 기억장애, 정신혼란, 졸음증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을 정도.
뇌전증은 세계보건기구 2004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6,500만명이 앓고 있는 흔한 질환이다. 대한뇌전증학회 역학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유병 환자수는 2012년 기준 19만 2,254명으로 인구 1,000명당 4명으로 추정된다.
뇌전증의 유병률은 실제 환자 수보다 적게 나타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들이 증상을 인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부정적 사회 인식이나 차별로 인하여 환자 자신과 가족들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거나, 의료기관의 이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
뇌전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나이에 따라 나타나는 원인도 다르다. 분만손상, 중추신경계 발달장애나 유전적 성향은 소아 및 청소년기 뇌전증의 흔한 원인이다. 중년 이후에는 뇌졸중이 가장 흔한 원인이 되며, 고령에서는 퇴행성 신경질환도 흔한 원인이 된다. 그리고 전 연령군에서는 뇌 외상, 중추신경계 감염 및 종양이 뇌전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뇌전증은 대부분의 경우 조절이 가능한 질병이고 일부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질병”이라며, “그동안 간질이라는 용어가 주는 선입관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로 변경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좋지 않은 시선과 더불어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뇌전증의 치료는 대부분 약물로 가능하다. 항경련제는 뇌전증 치료의 근간이 되는 약물. 환자 70% 이상이 약물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2~30% 환자는 수술 등 다른 치료방법이 선택된다.
신원철 교수는 “뇌전증은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병인데, 이번 사고 이후 발작이 잘 조절되고 있는 환자들까지 운전면허가 제한되고 사회적으로 낙인 찍히는 등 후폭풍을 두려워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지나친 우려로 환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