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인수·합병(M&A) 본능은 어디까지일까. 2006년 설립된 카카오는 11년째에 들어선 지금, 자산규모 5조 원이 넘는 기업으로 변신했다. 10년 남짓한 짧은 시간에 급성한 비결은 M&A를 통한 성장 전략이 제대로 통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공격적으로 M&A를 시작한 것은 2014년 말부터다.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 트렌드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카카오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카카오는 2014년 12월 유치원·어린이집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즈노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지난해 1월에는 지하철 교통정보 앱 ‘지하철 내비게이션’을 인수했고, 3월에는 스타트업 투자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가장 주목을 받은 것은 같은 해 5월 발표한 록앤올 인수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 ‘국민내비 김기사’를 제작·서비스하는 록앤올의 지분 100%를 626억 원에 인수했다. 해당 M&A는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바람직한 창업 생태계 모델로 카카오의 록앤올 인수를 언급하며 큰 화제가 됐다. 인력이나 기술만 갈취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합리적인 가치 평가를 거쳐 윈윈하는 투자를 한 것이 배경이다.
올해 역시 굵직한 M&A를 성사시켰다. 지난 3월 카카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음원 콘텐츠 서비스 기업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로엔 지분 76.4%를 1조8700억 원에 사들인 것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를 로엔의 음악서비스와 연동해 회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향으로 시너지를 모색 중이다. 또 한 달 뒤인 4월에는 주차정보 전문 스타트업인 파킹스퀘어를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카카오는 파킹스퀘어와 함께 올 하반기 중 신규 주차정보 제공 서비스인 ‘카카오 파킹’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도 M&A 성장 전략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케이벤처그룹은 디지털 기기 중고거래 전문기업인 셀잇을 인수했다. 같은 해 6월에는 사용자 경험(UX) 디자인 전문기업인 탱그램디자인연구소를 인수했다. 소프트웨어와 제품 디자인이 주 사업 영역인 탱그램디자인연구소는 눈앞에 가상현실처럼 보여주는 줄넘기 ‘스마트로프’를 출시한 바 있다.
한 달 뒤인 7월에는 솔루션 업체인 밸류포션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밸류포션은 게임 이용자들의 게임 내 유료 결제 상황 등을 분석해 결제 유저에게는 더 많은 결제를 유도하고 비결제 유저에게는 광고 노출 확대를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이어 같은 해 8월에는 자동차 외장수리 견적 비교 서비스 업체인 카닥과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기업인 엔진을 동시에 사들였다. 이 중 엔진은 올해 6월, 카카오 공동체로서의 일체감을 높이기 위해 사명을 카카오게임즈로 변경했다. 10월에도 뷰티숍 솔루션 1위 업체인 하시스와 스마트팜 기술력을 보유한 만나씨이에이 등 2건의 M&A를 성사시켰다. 한동안 뜸했던 케이벤처그룹은 지난달 비트코인 기반의 필리핀 핀테크벤처기업 SCI의 지분 40%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스타트업 생태계를 망치는 주범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어렵게 만들어진 스타트업들이 카카오를 통해 더 많은 도약의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