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뿔도 녹는다는 ‘대서(大暑)’,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강남대로에서 5시간씩 줄을 서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 뉴욕의 명물 햄버거 쉐이크쉑(쉑쉑)버거 매장 한국 1호점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매장 앞 똬리를 튼 줄은 코너를 꺾어 건물 주차장을 지나서까지 이어진다. 오픈 1시간 전인 오전 10시, 대기 인원은 500명을 넘었다.
10시 40분이 되자 SPC 그룹의 허희수 마케팅전략실장, 권인태 파리크라상 대표이사와 함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모습도 보였다. 뒤이어 현지 CEO 랜디 가루티(Randy Garutti)가 등장했다. 그는 현지 직원, 한국 직원 30여 명과 함께 ‘쉑 클랩’이라고 부르는 박수와 춤을 선보였다.
직원들만큼 매장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을 첫 손님은 경북 의성에서 올라온 김대환(19) 씨다. 전날 오후 6시에 출발해 10시에 매장 앞에 도착한 김 씨는 벤치에서 잠을 청했다. 고 3 여름방학을 보내는 중인 그는 “작년에 기사를 통해 미국 3대 햄버거가 한국에 온다는 걸 알았다. 며칠 전 SNS에서 강남점을 개점한다는 소식을 보고 어제 왔다”고 했다. SPC 측은 김 씨에게 초콜릿맛 아이스크림 ‘쉑어택’ 등 2만 원 어치를 무료로 제공했다.
현장에는 대신 줄을 서주는 아르바이트도 등장했다. 심부름 대행 앱 ‘띵똥’ 직원인 김 모(33) 씨는 “심부름 아르바이트로 3개월 만에 처음 줄을 서고 있다”며 “들어가려면 한 시간 이상 걸릴 것 같은데 아직 예상 시간이 가늠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헬멧 안 김 씨 얼굴에는 땀이 흘렀다.
건물을 둘러싼 줄을 신기하게 구경하는 외국인이 있는 한편 사람들과 함께 땡볕을 맞고 있는 외국인도 있었다. 한국에서 레스토랑 사업을 하는 미국인 클리프(30)씨는 쉑쉑버거의 충성 고객이다. 뉴욕이 고향인 그는 “쉐이크쉑 버거가 세상에서 제일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쉐이크쉑 버거를 먹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하며 엄지를 들어올렸다.
새벽 6시 30분에 도착한 박 모(26) 씨는 “새벽에 오니까 앞에 10명이 있었다”고 했다. 쉑버거, 치즈 프라이, 바닐라쉐이크를 먹은 김씨에게 소감을 묻자, “이태원에서 수제버거 몇 번 먹어봤는데, 육즙이 풍부한 게 비슷하다. 비싼 만큼 가격 값을 하는 것 같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바닐라 셰이크다. 다른 패스트푸드점 셰이크와 비교했을 때 훨씬 진한 맛이 난다”고 의견을 냈다.
친구와 새벽 6시에 집에서 나왔다는 이 모(21) 씨는 “1년 전 런던 코벤트가든점에서 먹어본 쉑버거와 비교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쉑 버거, 치즈 프라이, 레모네이드와 아이스티를 반씩 섞은 피프티피프티 음료를 먹은 이 씨는 런던에서 먹은 맛과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아쉬운 점을 묻자 “치즈가 올라간 감자튀김인데, 받자마자 섞지 않아서 굳었다. 피프티피프티는 궁금해서 마셔본 건데 가격 대비 추천하고 싶진 않다”고 밝혔다.
긴 행렬에 동참해 주문에 성공한 기자는 쉑 버거, 치즈 프라이, 바닐라 셰이크를 받아들었다. 각각 6900원, 4900원, 5900원으로 총 1만7700원이다. 시원한 쉐이크를 먼저 먹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단맛이 났다. 가격만큼 맛도 무겁고 진하다. 다른 패스트푸드점 셰이크보다 양도 많았다. 치즈 프라이는 체더치즈를 올려 짠맛이 났지만 그만큼 고소하다. 일반 감자튀김과 달리 톱니 모양으로 튀긴 ‘크링클컷’도 고소한 맛에 한몫한다.
주인공격인 쉑 버거는 의외로 단순한 토핑으로 구성돼 있었다. 쇠고기 패티와 함께 치즈 한 장, 토마토 두 조각, 상추 한 장이 전부다. 보기와 달리 베어 물자 풍부한 맛이 났다. 가장 인상 깊은 점은 부드러운 패티와 불 냄새다. 씹는 맛이 아쉬울 정도로 연한 맛의 고기 패티가 여타 프랜차이즈 패티와 다르게 느껴졌다.
비싼 가격으로 한때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만큼 가격을 생각하면 개인적으로 아쉬운 맛이었다. 먹어보지 않아도 ‘아는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특색을 꼽자면 ‘단짠’의 조화가 좋았다는 점이다. 세트 메뉴를 팔지 않는 게 단점이라고 여겼는데, 탄산음료 대신 셰이크가 햄버거, 감자튀김과 더 잘 어울렸다.
영어로 적혀 있는 메뉴판도 아쉬웠다. 설명은 한국어로 되어 있지만, 메뉴 자체는 영어로만 쓰여 있어 영어를 읽지 못하는 사람들은 주문하기 어렵다. SPC 측은 한국인 입맛에 맞게 미국식 햄버거 특유의 짠맛을 조금 줄였다고 했다. 물가 대비 높은 가격과 메뉴판까지 한국화할 수 없었을까. 쉑쉑버거의 한국 상륙을 기다렸던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