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왕’의 이적 후 자금 유출에 시달려온 세계 최대 채권펀드 퍼시픽글로벌인베스트먼트(PIMCO·핌코)가 최고경영자(CEO) 교체로 국면 전환을 꾀한다.
핌코는 상장사 기준 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인 영국 맨그룹의 엠마누엘 로만(52) CEO를 새 CEO로 기용한다고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로만은 8월 말 맨그룹에서 퇴사해 11월부터 핌코 CEO를 맡을 예정이다. 더글라스 호지 현 핌코 CEO는 매니징디렉터 겸 선임자문으로 물러난다.
핌코는 창업자이자 ‘채권왕’이라는 명성을 얻은 빌 그로스가 2년 전 갑자기 경쟁사인 야누스캐피털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계속되는 자금 유출에 시달려왔다. 그로스의 이탈 후 핌코의 자산은 약 25% 줄었다. 지난 2000년 핌코를 인수한 독일 알리안츠는 올해 말까지 핌코의 자금 유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핌코는 비용이 지난 1분기에 매출 대비 64%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로스가 떠난 후 인재를 잡기 위해 보너스를 인상한 영향이다. 핌코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3%에 해당하는 68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핌코는 비슷한 위기 상황에서 맨그룹을 회생시켰던 로만의 역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로만은 골드만삭스에서 약 18년 근무, 지난 2010년 맨그룹이 자신이 공동 CEO로 있던 GLC파트너스를 인수하자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다. 이후 2013년 2월 CEO로 승진했다. 로만이 CEO로 취임하고나서 지금까지 회사 주가는 18% 뛰었고, 운용 자산은 38% 늘어나 현재 786억 달러(약 89조7600억 원)에 이르렀다.
피터 레나르도스 RBC캐피털마켓 애널리스트는 “로만은 맨그룹을 안정시키고 수많은 인수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시켰다”며 “더 나아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비용을 줄였다. 그와 교류하는 것은 항상 즐겁고 매력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