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38ㆍ하나금융그룹)가 18년간 정들었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생활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박세리는 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마틴의 코르데바예 골프장에서 열린 US여자오픈 골프대회 2라운드에서 8오버파 80타를 치고 컷 탈락했다.
이날 경기를 마친 박세리는 동반 라운드를 펼친 최나연(29ㆍSK텔레콤), 유소연(26ㆍ하나금융그룹)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박세리는 올해 US여자오픈을 앞두고 “이 대회가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하는 마지막”이라고 선언했던 만큼 사실상 은퇴 수순에 접어들었다.
최근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으로부터 '한국의 아널드 파머'라는 극찬을 받은 박세리는 한국 골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각에서는 한국 골프는 '박세리 이전'과 '박세리 이후'로 나뉜다고 할 정도다.
초등학교 시절 골프를 시작한 박세리는 1992년 대전 갈마중을 다니던 때 아마추어 자격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라일 앤드 스콧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KLPGA 투어에서 6승을 거둔 박세리는 1996년 프로로 전향, 8승을 추가하는 등 KLPGA 투어에서 총 14승을 기록했다.
1998년 미국으로 진출한 박세리는 그 해 5월 메이저 대회였던 LPGA 챔피언십, 7월에는 US여자오픈을 연달아 우승하며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20홀 연장 승부를 벌이며 워터 해저드에 양말을 벗고 들어가 샷을 날리는 모습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에 시달리던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박세리는 메이저 5승을 포함해 미국에서도 25승을 거둬 한국인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7년에는 한국 선수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K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는 고(故) 구옥희 전 KLPGA 회장, 박세리, 신지애(28) 등 세 명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98년 LPGA 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2003년 최저타수상을 수상했다.
박세리는 1998년 AP통신 올해의 여자 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이는 1931년 제정된 AP통신 올해의 여자 선수상을 아시아 선수가 받은 것은 박세리와 1970년 대만의 육상 선수 지정 등 두 명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