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녀이자 신동빈 회장의 이복 누나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롯데 오너일가 중에서 처음으로 7일 구속되자 롯데그룹이 숨을 죽인 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 이사장의 비리 혐의가 ‘그룹과는 상관 없는 개인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던 신 이사장의 구속이 몰고올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신 이사장은 신 회장이 주도권을 잡아가던 2012년에 롯데쇼핑 사장직에서 물러나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사회공헌 사업만 맡아 왔지만, 여전히 그룹 경영에 깊숙이 개입해 그룹 내에서 돌아가는 내밀한 사정을 모를 수가 없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에 따라 누구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신 이사장이 향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구형량 감경 등을 조건으로 이복 동생인 신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롯데는 가장 우려하고 있다.
불안한 기운은 이미 감지됐다. 신 이사장은 구속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눈물을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들(장모 씨)의 몸이 아파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눈물을 보인 그는 영장 발부 소식을 들은 이후에는 “죄를 짓지 않았는데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 “내가 왜 구속돼야 하느냐”며 검사 등에게 항의했다. 방위사업수사부가 자신을 수사해 구속까지 이르게 한 부분에 대해서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 이사장은 검찰 조사를 받으며 그룹 지원을 받지 않고 개인 변호사를 선임했다. 신 이사장 비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롯데가 일찌감치 선을 그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에 서운함을 느낀 신 이사장이 검찰 수사의 도화선이 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처럼 신 회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경우 롯데그룹 수사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가능성이 크다.
또 재계는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을 일궜냈음에도 불구하고 신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밀려나 앙금이 남아 있는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초반 신 전 부회장을 지지했던 것도 이 같은 앙금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크다.
롯데그룹 측은 “신 이사장이 자체적으로 선임한 변호인의 도움을 받고 있으며, 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그룹 차원에서 뭐라 언급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