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톈진시 제1중급인민법원이 4일(현지시간)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인 중앙판공청 주임을 지낸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장부장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링지화는 이날 1심 선고 공판에서 뇌물수수와 국가기밀 절취, 직권남용 등의 혐의가 인정됐다. 법원은 링지화의 그의 부인 구리핑의 뇌물수수 규모가 7708만 위안(약 133억 원)에 달한다며 개인재산 몰수를 지시했으며 정치권리도 종신 박탈했다.
신화통신은 공판이 지난달 7일 시작됐지만 범죄 내용과 관련된 국가 기밀을 감안해 비공개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링지화가 항소할 의향을 보이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중국중앙(CC)TV에는 백발이 늘어난 링지화가 법정에서 “모든 비난을 받아들이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가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것은 지난 2014년 12월 부정부패 조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링지화의 동생인 링완청은 중국 국가기밀을 빼내 미국으로 도주했으며 현재 중국 정부는 미국에 송환을 요구하는 중이다.
이날 판결은 시진핑이 집권 이후 지난 3년 반 동안 벌여온 부정부패 척결 운동의 하이라이트라고 WSJ는 전했다. 1년 전 무기징역형을 받은 저우융캉 전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을 제외하고 링지화보다 더 많은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법원은 링지화와 저우융캉의 연결고리도 일부 공개했다. 저우융캉의 측근이자 쓰촨성 부서기였던 리춘청이 링지화의 부인에게 89만 위안 상당의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저우융캉은 리춘청에게 자신의 친척과 다른 측근의 창업을 도울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춘청도 지난해 10월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으로 13년 형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과거 문화혁명 때의 4인방에 비유해 ‘신(新)4인방’으로 꼽혔던 인사들을 모두 척결하는 데 성공했다. 저우융캉과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 링지화가 전부 무기징역형을 받았으며 쉬차이허우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부패 수사를 받다가 지난해 3월 방광암으로 사망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달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 은퇴한 원로들의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 회의를 앞두고 링지화 판결이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사실상 반부패 운동을 통한 시진핑의 권력 기반 다지기라고 신문은 꼬집었다. 장민 런민대 정치학 교수는 WSJ에 “부정부패 척결 캠페인은 한물 갔다”며 “뇌물수수 등 위험한 관행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많은 제도적 문제점이 여전하다. 링지화와 같은 거물 척결에 따른 효과도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