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일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3개 부서가 투입된 롯데 그룹 수사가 시작된 이후 사주 일가가 직접 조사받는 것은 신 이사장이 처음이다.
이날 오전 9시40분께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신 이사장은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을 묻는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 "검찰에서 다 말하겠다"고 답했다. 신 이사장은 심경을 묻는 질문에는 "죄송하다"라는 말을 남긴 뒤 조사실로 향했다.
신 이사장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의 조사를 먼저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5월 네이처리퍼블릭의 군부대 매점(PX) 입점 로비에 관여된 브로커 한모 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 이사장에 대한 혐의점을 포착했다. 6월 롯데그룹 전반에 관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에 수사선상에 오른 셈이다.
신 이사장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면서 롯데그룹 전반에 대한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신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롯데 직함을 가지고 있는 게 많다, 특수4부에서 수사하는 부분도 있고 첨단범죄수사부도 조사 내용을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4부(부장검사 조재빈)는 롯데그룹 정책본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손영배)는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부분에 대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자금 조달 통로로 지목된 업체 'BNF통상'를 실질적으로 소유·경영한 주체가 신 이사장이라는 진술을 확보했고, 신 이사장이 직접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과 영업에 유리하도록 기존 매장을 재배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단서도 확보했다.
신 이사장은 이밖에 그의 자녀들이 함께 지분을 보유한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가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권을 독점적으로 운영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돼 왔다. 신 이사장은 광고가격 부풀리기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롯데 계열사 대홍기획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롯데그룹으로부터 확보한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는 한편 그룹의 핵심 조직인 정책본부 실무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증거분석 작업이 마무리되는 이달 중·하순께 부터는 본격적인 주요 관계자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