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로 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삼성생명법’이 재발의 됐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물론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이 같은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같은당 의원을 비롯해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정의당 심상정·노회찬 의원 등 재벌개혁에 공감대를 가진 3개 야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했다.
개정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비율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 기준으로 수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현행 보험업법이 자산운용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일부 기업의 편법적인 기업지배에 악용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면서 “지난 총선 민심이 경제민주화를 추인한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에 20대 국회에서는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보험사는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3%가 넘는 자산은 5년 내 매각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법상 총자산은 시가가 반영되지만 ‘총자산의 3%’에는 취득 당시 원가가 반영된다. 개정안은 총자산의 3% 평가도 시가를 반영토록 하고 있다. 다만 보유 지분의 한도 초과 처분 기간은 당초 19대 국회에서는 5년 이내로 했지만 이번에는 7년으로 늘렸다.
개정안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삼성생명은 계열사 주식과 채권 매각이 불가피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현행법상 총자산의 3%를 넘지 않고 있지만 개정안에 따라 시가로 평가할 경우 3%를 넘기 때문에 매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제 법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9대 국회 논의 당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10조 원 이상을 매각해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생명은 그룹의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도 장기 투자가 이뤄지는 보험업의 특성상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해야 하며, 기준이 바뀔 경우 주가가 움직일 때마다 자산을 처분하고 다시 사들이는 혼란이 따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였던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보험사의 자산운용을 규제하는 관계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계열회사의 주식을 보유했음에도 개정안의 시행에 따라 대량의 보유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경우, 신뢰 보호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