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 찬성과 반대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EU 탈퇴’를 지지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1일(현지시간) 왕실 전기작가인 로버트 레이시가 온라인 매체에 ‘데일리비스트’에 기고한 사설 내용을 인용해 여왕이 최근 저녁식사 자리에서 동석자들에게 “영국이 EU에 일부로 남아야 하는지 타당한 이유를 세 가지만 말해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영국 버킹엄궁은 여왕이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한 왕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적인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로 공식적인 성명의 형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브렉시트 지지설은 이번이 처음 제기된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 선’은 1면 헤드라인에 “여왕이 브렉시트를 지지한다”는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는 익명의 소식통 발언을 인용해 여왕이 2011년 당시 부총리였던 닉 클레그와의 오찬 자리에서 “EU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왕실은 크게 반발했고 지난달 영국 언론중재위원회는 해당보도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며 언론법 위반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입헌군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여왕을 비롯한 왕실 일원은 그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정치적 이슈에 대한 언급을 피해왔다. 그러나 최근 브렉시트를 둘러싼 여론이 격화하면서 여왕의 사소한 발언이 여러갈래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주 엘리자베스 “사람들이 가족, 친구 이웃으로서 공통된 목적으로 한 데 뭉칠 때 많은 이익이 유입된다”고 말해 EU 잔류를 지지한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