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은 ‘넓은 벌 동쪽 끝으로~’로 시작되는 노래 ‘향수’로 잘 알려진 시인 정지용(1902.6.20~1950.?)이 태어난 날이다. 그는 서정적이고 참신한 언어로 한국 현대시를 발전시킨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18년 서울 휘문고보에 입학한 뒤 이듬해 3·1운동 당시 교내 시위를 주동하다가 무기정학을 받았다. 1923년 일본 교토의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에 입학했으며 1929년 졸업과 함께 귀국해 8·15 해방 때까지 모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했다.
정지용은 무수한 후배 문인들을 키웠다. 1933년 ‘가톨릭청년’ 편집고문일 때 이상을 등단시켰다. 1939년에는 ‘문장’의 시 추천위원으로 박목월 조지훈 박두진 등 청록파를 세상에 알렸다. 윤동주가 가장 좋아한 시인도 정지용이었다. 1948년 윤동주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정지용은 “일제 헌병들은 ‘동(冬) 섣달의 꽃, 얼음 아래 다시 한 마리 잉어와 같은 조선 청년을 죽이고 제 나라를 망치었다”고 서문을 달아 그를 추모했다.
그러나 그도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해방 이후 이화여대 교수가 된 정지용은 좌파 계열인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전향해 보도연맹에 들어갔다. 그러나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자 서대문형무소에 수용됐다가 납북된 뒤 행방이 묘연하다.
그의 최후에 대해 증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납북 도중 1950년 9월 25일 폭격으로 사망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한 사인으로 꼽히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자진 월북했다는 헛소문까지 돌아 1988년 납북·월북작가의 작품이 해금되기 전까지는 정○용으로 표기됐다. 매년 5월 그의 고향 충북 옥천에서는 그를 기리는 지용제(芝溶祭)가 열린다. 올해 25회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