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ㆍ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막후 지휘를 한 인물들로 알려진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고바야시 마사모토(小林正元)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ㆍ롯데캐피탈 대표가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에 맞서기 위해 주주총회 표심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1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이 미국 루이지애나주(州)에서 열린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 이후 현지에서 하루 동안 개인 일정을 소화한 뒤 16일 오후 2시 30분께 나리타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했다.
신 회장은 도착 직후 곧바로 롯데홀딩스로 이동했다. 신 회장은 쓰쿠다 사장과 고바야시 대표 등을 비롯한 롯데홀딩스 이사진과 만나 이달 말 열릴 주주총회 날짜 확정과 '표 단속'을 위한 방안 등을 강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 머물렀던 쓰쿠다 사장과는 달리 롯데캐피탈 대표를 겸임해 한국에 머물고 있던 고바야시 대표는 주총 준비를 위해 최근 일본으로 향했다. 다만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이뤄진 출국이라 일각에서는 소환 회피 가능성을 지적했다.
즉 신 회장의 자금 관리와 한ㆍ일 롯데간 자금이동의 핵심 고리인 고바야시 대표가 검찰의 소환 조사를 피해 미리 일본으로 도피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실제 검찰은 고바야시 대표가 한ㆍ일 롯데간 자금흐름을 총괄하는 핵심 실세로 보고 그에 대한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인 단계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 CFO도 겸임하기 때문에 이달 말로 예정된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대비해 일본에 간 것일 뿐 이라고 선을 그었다.
신 전 부회장이 주총에 앞서 안건으로 신 회장과 쓰쿠다 사장 등의 해임 안건을 요청한데다 지난 12일 일본으로 출국해 종업원지주회 설득 잡어에 나서는 등 반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판단에 따른 출국이란 것.
이에 따라 롯데가(家) 형제들은 물론 경영권 분쟁의 핵심 '키맨'들이 모두 일본에 집결한 셈이다.
쓰쿠다 사장과 고바야시 대표는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출 90조원의 한국 롯데그룹의 운명이 그들의 손에 달려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세 중의 실세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고바야시 대표는 일본 산와(三和)은행과 UFJ은행 등을 거친 정통 금융인 출신이다. 2003년 UFJ은행 고문직을 끝으로 퇴사한 뒤 신 회장에게 발탁돼 같은 해 한국 롯데캐피탈 상무에 임명됐고 이듬해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한국에서는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일본 롯데홀딩스 6대 주주(6%)인 임원지주회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린 여섯 명 가운데 한 명, 일본 롯데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 정도가 알려진 것의 전부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이 쓰쿠다 사장을 '신동빈 롯데 쿠데타'의 설계자(architect)로 지목하면서 "롯데 경영권 다툼의 본질은 신동빈이 감독하고, 쓰쿠다가 설계하고, 고바야가 각본·상영을 맡은 경영권 쿠데타"라고 말해 본격적으로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와세다 대학 상대 출신인 쓰쿠다 사장은 1968년 스미토모 은행(현 미쓰이 스미토모은행)에 입사, 만 32년을 근무한 정통 스미토모맨이다. 그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로 구성된 일본 종업원지주회의 결정을 좌우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종업원지주회는 2대 주주이지만 쓰쿠다 사장이 속해 있는 임원지주회 지분(6%)을 합하면 신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장악한 광윤사를 넘어선다.
신 회장이 아버지와 형을 누르고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총수에 오른 것도 쓰쿠다, 고바야시를 필두로 한 일본 종업원지주회·임원지주회의 지지 덕분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일본 재계에선 "스미토모 은행 출신인 쓰쿠다, 노무라 증권 출신인 아키오(신동빈 회장) 동맹이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한국명 신격호)를 눌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과연 쓰쿠다 사장과 고바야시 대표가 계속 신 회장 편에선 '우군'으로 남을 것인가에 대해 추측이 나돌자 롯데그룹 측은 "그럴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한국 롯데그룹은 "한 두 사람에 의해 좌우되는 그룹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달 말 경 열릴 예정인 주총은 이르면 24일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점, 최소 1주일 전에 주주들에게 주주총회 일정을 통보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주총은 오는 24∼26일께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