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貨殖具案(화식구안)] 대우조선해양이 미국 회사였다면?

입력 2016-06-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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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금씩 그 내면이 드러나는 대우조선해양의 실상은 한마디로 요지경이다. 차장급 직원이 180억 원이란 엄청난 금액을 횡령하는 데도 회사의 감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누구도 이 주인 없는 회사의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잿밥에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어차피 이 거대한 회사의 주요 결정은 청와대에서 이루어질 것이므로 워치 독(Watch Dog)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채 퇴임하는 은행 임원들의 자리 챙기기에 바빴고, CEO를 위시한 경영진은 연임을 위해 청와대에 연줄 대기에 급급할 뿐 정작 회사 경영은 안중에도 없었다.

사정이 이러니 2006년 이래 별다른 하는 일 없이 고액의 연봉과 고급 승용차, 자녀의 학자금까지 제공받는 소위 ‘고문’이란 비상근 임원이 67명에 달하는 것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며, 심지어 국정원 퇴임 직원 및 전직 대통령의 사진사까지 고문으로 취임하는 요지경이 벌어지는 것이다.

만약 대우조선해양이란 회사가 미국 회사였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졌을 것인지를 한번 가정해보자. 미국은 회사의 존망에 관한 모든 결정이 증권시장에서 이루어진다. 정부는 증권시장에 거시적 경제정책, 예컨대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으로만 영향을 미칠 뿐 개별 기업의 사안에 관해서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증권시장에서의 움직임은 개별 기업 CEO로서는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중대한 사안이 된다. 게다가 미국의 증권시장은 상한가나 하한가 제도가 없어, 좋지 않은 뉴스가 나올 때 적극적으로 회사가 전사적 방어에 나서지 않으면 한순간에 주가가 폭락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대우조선해양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미국 회사였다면 2000년 회사의 경영이 나빠졌을 때 당연히 회사의 주가가 연일 하락했을 것이다.

그러면 증권시장에서는 이 회사의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조정 후 다시 회생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고조되고, 이에 부응해 골드만삭스나 JP모건 등의 투자은행들은 이 회사의 업황 및 향후 전망에 대한 칼날 같은 보고서를 앞다퉈 내놓았을 것이다.

반면에 회사의 경영진은 아마도 이러한 업황 및 회사의 부진이 일시적 조선업의 불황 탓이라는 보도자료를 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투자은행들의 보고서가 회사의 보도자료와 배치되는 장기적 암울한 전망치를 담고 있다면 주가는 한 단계 더 하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상황이 이 정도 수준까지 악화되면 회사의 CEO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무언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강력한 조치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회사의 CEO는 먼저 불필요한 경비 절감, 인력 감축, 일부 Yard 폐쇄 등의 조치를 내놓았을 것이다. 이러한 일차적 조치에 호응하여 증시의 주가는 조금 반등하다가 결국 다시 미끄러지기 시작해 결국 한 단계 더 추락하고 만다. 그러면 더 이상 이 회사는 존속하기 힘들어진다.

이 시점에서는 이사회가 열리고 특단의 조치가 검토되기 시작한다. 가장 유력한 대안은 M&A이다. 일단 현재 시가에 경쟁사에 흡수 합병되는 것을 제안하게 된다. 경쟁사 경영진은 여러 가지로 검토한 끝에 양사의 합병이 별다른 매력이 없다고 보고 인수 제안을 거절한다.

그러면 마지막 수순으로 헐값에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PEF에 매각되고, PEF는 이 회사를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쳐 작지만 강한 새로운 기업체로 재탄생시킨다. 이러한 과정 어디에도 7조 원이 넘는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되어 흥청망청 잔치를 벌이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정부의 개입은 실패한다. 왜냐하면 공무원들은 절박함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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