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간 TV 기술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다. 양사가 글로벌 TV와 디스플레이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자사의 기술지배력 확대를 통해 업계 리더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퀀텀닷 TV와 OLED TV를 주력 제품으로 삼고 글로벌 TV 시장 선점에 돌입했다. 서로 다른 기술의 패널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상황에서 기술적 우위를 둘러싼 양사 간 경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09년 ‘LED TV vs. LCD TV’ 경쟁을 시작으로 2010년 3D 기술을 놓고 ‘셔터글라스 vs. 편광’으로 대립했다. 이어 2012년 촉발된 다른 패널구조의 ‘RGB OLED vs. WOLED’로 논쟁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화두는 양사가 미래 핵심 제품으로 정한 퀀텀닷과 OLED 간 기술경쟁이다.
배리 영 국제OLED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디스플레이 전문지 ‘디스플레이 데일리’ 기고문을 통해 퀀텀닷 대비 OLED의 강점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2019년 QLED를 양산한다는 계획은 쓰레기 같은 소리”라며 삼성전자의 QLED TV(퀀텀닷 LED)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부적으로 OLED를 대체하는 ‘비욘드 OLED’ 전략을 세우면서 퀀텀닷과 OLED 두 진영 간 기술견제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TV 시장 리더인 삼성전자의 행보에 따라 TV 시장은 물론 패널 시장 경쟁구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유일하게 대형 OLED 패널을 생산 중인 LG의 입장에서는 시장 참여자를 늘려 OLED TV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삼성전자는 시장 리더 위치에서 기술 안정성과 합리적 가격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에 대한 고민 끝에 퀀텀닷 디스플레이, 나아가 퀀텀닷 소재와 LED를 결합한 QLED를 미래경쟁력으로 선택했다.
중국과 대만 등 해외업체들의 거센 추격도 양사의 기술 경쟁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패널사업의 경우 정부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이 LCD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면서 삼성과 LG의 점유율 하락 및 수익성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글로벌 TV 시장과 패널 시장은 각각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선두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매출기준 27.5%, 수량기준 21.0%의 점유율로 10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1분기 글로벌 대형(9인치 이상) LCD 패널 시장에서 24.3%의 점유율(출하량 기준)로 26분기 연속 업계 리더 자리를 고수했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의 거센 추격으로 앞으로의 전망은 밝지 않다. 올 1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중국업체 점유율(출하량 기준) 합계는 삼성전자(21%)와 LG전자(13.2%)의 점유율 합계보다 불과 2.8%포인트 낮은 31.4%다. 같은 기간 패널 시장도 2~4위를 중국 BOE(17.3%), 대만 AUO(16.3%), 이노룩스(15.2%)가 차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4.5%의 점유율로 5위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