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전자 서초사옥 근처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겼다. 인기있는 커피숍의 경우 줄이 너무 길어 한산한 커피숍을 찾아 나서곤 했는데, 이제는 어느 커피숍에서나 무리없이 원하는 메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서초사옥 근처에서 점심시간이면 담배를 태우며 스트레스를 풀던 흡연자들의 무리도 줄었다. 상인들에게 새삼 “왜 이렇게 한산하냐”고 묻자, 직원들이 여기저기로 이동해서 동네가 한산해졌다며 울상을 지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사옥 이전에 따라 주변 상권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및 주변 상인들이 된서리를 맞아 울상인 반면, 서울 서초구 우면동 주변은 삼성 특수를 누리기 위해 분주해졌다.
서초동 삼성타운이 텅텅 비면서 ‘삼성 효과’를 보고자 했던 삼성타운 인근 지역 상인들의 어깨는 축 처졌다. 사옥 이전 사실을 모르고 최근에 문을 연 상인들의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2008년 들어선 삼성 서초사옥은 A·B·C 3개 건물에 나뉘어 계열사들이 입주했다. 연면적이 11만7977평에 달해 여의도 63빌딩의 2배가 넘고 상주하는 직원만도 1만명을 크게 웃돌아 삼성타운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직원들이 빠져나간 서초 사옥에 입주한 음식점을 방문하면 1~2달 전과 달리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에도 줄을 서는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 점심시간에도 빈자리가 눈에 띌 정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역 주변 임대료도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7.9% 떨어졌다.
반면 우면동 R&D 센터 부근 상가에는 화색이 돌고 있다. 삼성 이전에 따라 2015년부터 카페를 위주로 상권이 조성되더니 최근엔 카페 수십개가 추가로 들어서 카페거리를 조성했다. 식당들이 이미 줄지어 들어섰는가 하면, 일부에선 ‘오픈 임박’이라는 플랜카드를 내걸고 막바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곳도 있다. 인근 아파트 가격도 1년 새 7%나 올랐다. 이 지역은 삼성 효과뿐 아니라 다양한 연구센터가 조성된 것도 한몫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이주하는 판교상권도 상권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판교 상권의 임대료는 지난해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들어설 때 반짝 상승했지만 이후 떨어졌다가 지난해 말 삼성물산 이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상승 추세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아파트 전세나 매물을 찾는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사무실 분양이나 구입 문의가 늘고 있고, 상가 임대료도 올라갈 조짐이라고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판교 지역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인력 3000여명이 13층짜리 건물 2개동 알파돔시티 3~13층에 나누어 입주를 마쳤다.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 주변도 부동산 시장에서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실제로 부동산 114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수원 디지털시티 본사가 위치한 영통구의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해에 비해 수원시 평균 상승률인 2.66%보다 높은 2.84%가 올랐다.
하지만 이미 수원에 근무하는 전체 직원 숫자(3만4000여명)가 워낙 많다 보니 이번 삼성전자 지원인력 이전으로 인한 변화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삼성 직원들의 평가다.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근무 중인 한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수원에 근무하는 직원이 3만여명이 넘기 때문에 이번에 추가로 이전한 인력에 대해 체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셔틀 버스 증차나, 시간 변동 등 사소한 부분도 기존과 동일하다”고 말했다. 다만 변화라면 직원들의 재배치 때문에 이사가 많다는 것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