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대기업 기준에 상응해 지원과 규제가 진행되고 있다.”
매출 1조원 이상 국내 중견기업들의 근본적인 고민이다. '중견기업특별법'이 통과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눠진 각종 기준이 중견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청은 8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매출 1조원 이상의 '선도 중견기업'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부가 매출 1조원 이상 중견기업과 직접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간담회엔 △LF △계룡건설산업 △유라코퍼레이션 △동원F&B △아이마켓코리아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 △한샘 △서연이화 △농심 △SPC그룹 △휴맥스 △대한제강 등 12개 기업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참석했다.
주로 거론된 것은 아직도 애매한 중견기업의 기준이다. 부처 안에 중견기업국이 신설된 것도 불과 약 4년 밖에 되지 않아 국내 법령에도 중견기업 구간이 반영된 법령은 40개에 불과하다. 법령에 중견기업 구간이 반영되지 않으면 중견기업들은 대다수 대기업에 편입된 기준이 적용된다.
이승찬 계룡건설산업 대표는 "과거 중견기업들은 정부에서 직접 다루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해당 정보, 법령 등을 알아봐왔다"며 "금융지원과 세제혜택 부분에서 도움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대기업 기준에서 지원과 규제가 이뤄져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도 "법, 정책, 제도를 바꾸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건 이해하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먼저 피부에 와닿는 지원이 필요하다"며 "예컨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이 자산규모 5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상한선을 늘린다든지 부담을 없애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중소기업에만 해당되고, 중견기업을 배제하는 기술획득 지원 문제도 거론됐다. 이영식 한샘 사장은 "최근 기술융합 차원에서 전자통신연구원과 사물인터넷(IoT) 논의를 했지만, 중소기업에만 기술이전이 가능하다고 해 실패했다"며 "중견기업들이 원천적인 기술을 획득하는 데엔 여전히 제약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중견기업들은 인력 확보 문제, 각종 인증 규제, 기술 공개 문제 등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김용중 미래오토모티브시스템 회장은 "정부가 중견기업과 매칭 지원을 통해 집단연구단지를 조성하는 등 중견기업이 고용을 창출하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이날 중견기업인들의 제기한 문제에 대해 향후 유관부처와 함께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법령 정비에 대해 주 청장은 "세제 문제, 판로 정책 등 모든 정책에 있어 중견기업 구간을 만들어 올 연말까지 타 부처 소관 23개 법령에까지 반영하겠다"며 "20대 국회에서도 지속적으로 보완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