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의 열기가 최고조에 다다르면서 건설사들의 광고 거품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역세권', '초역세권'은 물론 '강남권 20분대 이동', '합리적인 분양가' 등 다소 애매한 문구를 무리하게 남발해 눈속임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분양을 진행한 평택소사벌지구 C1 블록의 '소사벌더샵'은 816가구 1순위 청약에서 196명이 접수해 대거 미달사태가 벌어졌다. 이 단지는 2순위에서 1313건이 접수돼 평균 1.61대 1로 간신히 청약을 마무리했다.
이 단지는 분양 홍보과정에서 단지를 둘러싼 여러 조건 중 수서역까지 20분대 도달이 가능한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여기엔 함정이 있다.
실제 소사벌지구에 위치한 이 단지는 오는 8월 SRT(수도권고속철도) 개통되는 지제역까지 차로 13분 가량 걸린다. 차량이 없어 버스를 이용하면 2배 가량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기시간 없이 최소 20분으로 잡는다고 해도 지제역에서 수서역까지 21분 정도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40분을 잡아야 한다. 직장이 수서역이 아닌 강남역과 역삼역 등에 위치한다면 환승도 해야 한다. 도보와 대기 시간 환승 등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합산하면 1시간을 훌쩍 넘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접근성이 좋다는 점은 맞더라도 출퇴근에는 부담스러운 시간대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짓는 수지동천자이 2차는 강남권까지 2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단지에서 동천역까지 10분 이상 걸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든 과정을 거쳐 강남역에 가기까지 40분 가량은 소요된다는 게 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건설사들이 분양광고에서 가장 치열하게 내세우는 부분은 역시 역세권이다.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과 공항철도 마곡역이 동시에 있는 두산더랜드타워는 더블역세권으로 광고됐지만 실제로 마곡역은 10분 넘게 걸어야 한다. 동탄2신도시에 분양됐던 '동탄 꿈에그린 프레스티지'도 KTX동탄역과 도보 약 10분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고 광고됐지만 실제로는 약 20분이 걸린다. 전문가들은 반경 500m에 도보 5~10분 내 도달을 역세권으로 본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마구잡이로 '역세권'을 남발하는 데에는 분양시장에서 역세권 불패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어서다. 대부분의 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집을 볼 때 입지와 분양가를 최우선으로 둔다는 데 기인한다. 인근에 도로나 지하철역 개통을 앞둔 경우는 불확실성을 내세워 단지를 홍보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무리하게 역세권을 강조하는 단지들이 여전히 많다"며 "관계된 법령이 없어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런 거품 광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표현이 다소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요자 스스로 꼼꼼하게 검토하는 게 최선인 셈이다.
후광효과를 위해 옆동네 이름을 빌려 분양단지를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2014년 현대건설이 분양한 '목동 힐스테이트'는 실제로 신정동에 위치하는데도 목동이라는 지명을 단지에 넣어 분양을 진행했다. 선호도가 높은 프리미엄 단지라는 강점을 내세우기 위해 학군과 생활환경이 뛰어나 인기가 높은 지명을 이용했다.
'합리적인 분양가', '착한 분양가'도 단골 메뉴다. 지난해 분양된 힐스테이트 백련산 4차는 착한 분양가임을 강조했지만 이 역시 다소 높은 분양가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었다. 낡은 구도심에 위치한 입지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낮은 상황에서 힐스테이트 백련산 1~3차 시세보다 높게 분양가를 책정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때문에 이 단지는 서울의 몇 안되는 미분양 단지로 남아 있다.
이에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과장광고는 부실시공과 함께 선분양제의 폐해이기도 하다"라며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수요자들이 어느 정도 완공된 집과 입지를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있는 후분양제를 도입하면 과장광고의 일부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