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채무재조정을 위한 5차례 사채권자 집회 중 1차에 이어 2차 관문까지 거뜬히 넘겼다. 첫번째 2400억원 규모에 이어 600억원 무보증사채 투자자들까지 모두 채무재조정에 100% 찬성했다.
현대상선은 31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동관 1층 강당에서 열린 제177-2회 무보증사채(2400억원)에 대한 사채권자집회, 오후 2시 열린 제179-2회 무보증사채(600억원)에 대한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재조정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채권집회는 제177-2회 무보증사채를 시작으로 이날 3차례, 이튿날인 6월 1일 2차례 등 총 5차례에 걸쳐서 진행된다.
이번 채무재조정 안건은 올해와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공모사채 8043억원에 대해 50% 이상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지전환하고 잔여 채무를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참석 금액의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의 3분의 1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이날 제177-2회, 제179-2회 집회 모두 참석자 전원이 100%로 찬성했다. 1차 집회에는 약 40명의 사채권자가 참석, 금액 규모는 22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2차에서는 전체 600억원의 사채 중 513억4000만원이 출석, 투자자는 1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현대상선은 같은 날 오후 5시에 180회(3300억원 규모)에 대한 사채권자집회를 앞두고 있다. 이튿날인 6월 1일 오전 11시에 186회차(542억원 규모), 3시에 176-2회차(1200억원 규모) 등이 열릴 예정이다.
김홍인 현대그룹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는 “용선료 협상에 대해 막바지 총력전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 남아있는 채무재조정도 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5차례의 채무조정은 모두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번 조정안은 채권단이 보유한 협약채권(50~60% 출자전환, 5년 거치 5년 분할 상환)보다 유리하며, 출자전환 주식은 신주 상장 직후 매도가 가능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다는 게 현대상선 측 설명이다. 현대상선은 이미 사채권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상당수로부터 사전 동의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일 열리는 186회차 집회는 542억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개인 채권자들이 상당수 있는 만큼 현대상선 측은 조심스럽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용선료 협상에 대한 진척이 보이고 있는 만큼 나머지 사채권자들의 마음을 움지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30일 용선료 협상에 대해 “외국 선사들과 기본적 방향에 대해 합의를 했고 세부적인 조건을 논의 중이며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으며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역시 "3개월 이상 난항을 겪은 현대상선의 용선료 조정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채권단에서 잡은 용선료 조정 폭은 28.4% 였지만 업계에서는 20% 인하 수준으로 결론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앞으로 채무재조정 성공과 함께 용선료 협상 성공, 새 해운동맹 가입 등의 과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이 중 등 하나라도 실패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한 만큼 이번 주가 고비다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조정이 모두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684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진행할 방침이다.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0% 수준으로 낮아져 정부가 조성한 12억 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지원도 받을 수 있게 된다.
현대상선이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초대형 선박 확보가 가능하게 됨과 동시에 해운 얼라이언스(동맹) 편입 가능성도 높아진다. 현대상선은 내달 2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G6 해운동맹 회원사 정례회의에서 새 해운동맹인 ‘디(THE) 얼라이언스’에 합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