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소비세율 인상을 당초 계획보다 2년 6개월 이후로 연기할 것이라고 29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밤 당초 2017년 4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을 10%로 인상하는 방안을 2019년 10월로 2년 반 연기할 의향을 정부와 여당 간부들에게 전했다.
경기부양에 최대한 초점을 맞추고 2019년 여름 열리는 참의원 선거에의 영향을 피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다만 소비세율 인상 연기로 재정 건전화 작업이 미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정부와 여당에서 찾아내야 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밤 총리 관저에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간사장 등과 회담했다. 총리의 연기 제안에 일부 참석자가 원래 예정대로 증세를 요구하는 등 대립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참석자 중 한 사람은 “연기를 한다면 2014년처럼 중의원을 해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2년 반 뒤로 연기하면 향후 증세 시기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인 2018년 9월을 초과하게 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연립 여당의 한 축인 공명당의 한 간부와도 전화 통화해 소비세율 인상 연기 방침을 설명했다. 이 간부는 “지금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회보장제도 확충을 위해서는 확실히 증세가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세 증세를 2년 반 연기하면 2020년 기초 재정수지 흑자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2019년 여름 참의원 선거 전에 증세하는 것을 꺼려 아베 총리의 방안을 선호하는 여당 내 의견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 총리는 공격적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를 펼치고 있으나 올 들어서는 연초부터 엔고와 주가 하락으로 아베노믹스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총리 주변에서는 2014년 4월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인상한 영향이 길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는 디플레이션 탈피를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걸고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 증세하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아베는 지난 27일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재정 투입 필요성을 호소하고 나서 “오는 7월 10일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 전까지 소비세율 인상 여부를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미 아베는 지난 2014년 11월 경기 악화 등을 이유로 지난 2015년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인상을 2017년 4월로 1년 반 연기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더는 증세를 연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하고 중의원을 해산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에도 아베 총리는 “리먼 쇼크(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으면 예정대로 세금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는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세계 경제가 리먼 쇼크 이후 새로운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해 소비세율 인상을 위한 밑밥을 깔아놓고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