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은 1996년 7월 1일 지수 100으로 시작됐다. 시장의 설립 취지만큼은 훌륭했다. 기업규모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을 유가증권시장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자금조달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이들 기업을 보다 건실한 회사로 육성하겠다는 것이었다.
1990년대 말 벤처산업 붐이 조성됐고 그 열풍에 휩싸여 많은 기업이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 개장 이후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현재, 코스닥시장은 한층 투명해짐으로써 유가증권시장과 대등한 수준에 올라 있다. 그로 인해 경영실적과 재무구조를 파악하면서 테마주만을 선호하는 경향을 넘어 이제는 실적투자로 전환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일반투자자들이 치러야 했던 수업료는 너무 비쌌다. 게다가 현재도 일부에서는 ‘환상만을 좇다가는 쪽박차기 십상’이라는 교훈을 여전히 던져 주고 있다.
최근 코스닥 A기업은 지난해부터 중국 화장품 사업 진출, 중국 에너지시장 진출, 중국 자금 유치 등 중국 사업에 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중국 테마주에 편승해 주가 부양에 적극 나섰다.
하지만 정작 중국 사업은 전부 무산되고 말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최대주주의 배임횡령 사건이 터져 거래가 정지되면서 상장적격 실질심사를 받는 중이다.
비단 이번 사안뿐만이 아니다. B기업은 중국업체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자금이 들어온다면서 호재성 공시를 남발했다. 하지만 벌써 두 차례나 대금 납부가 지연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또 대주주 지분이 명동사채 시장에 넘어가서 원금을 갚지 못하자 대규모 물량으로 시장에 나온 사례도 있다. 주가하락으로 이어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정작 이들 기업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면피성 보도자료를 내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일이 다반사다. 이런 점이 바로 ‘신뢰의 문제’다. 이처럼 회사가 몰염치하고 뻔뻔스럽게 투자자를 대하는데 어떻게 신뢰가 쌓이겠는가.
물론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이 같은 기업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부 상장사의 그릇된 행동으로 잃어버린 신뢰의 문제는 코스닥 시장 전체의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
이처럼 코스닥시장에서 가장 큰 거래처인 개인들에게 매번 사기를 치는 형국이 되풀이되다 보니 당연히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이 최우선적으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바로 기업가의 ‘책임과 사명’이다. 이 책임과 사명은 대기업에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코스닥 시장에 들어와 있는 기업들은 자신들의 책임과 사명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 기업공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말이다.
코스닥시장은 기업가의 책임과 사명, 투자자의 건전한 양식을 주요 먹거리로 하면서 한층 발전해 갈 수 있다는 의식은 현시점에서 우리나라 코스닥시장이 깨달아야 할 시급한 과제인 셈이다.
기업이 진정 기업가치 창출에 매달리고, 투자자들은 기업에 대한 냉정한 심판관이 됨과 동시에 돈도 벌 수 있는 세상. 이게 그렇게 꿈꾸기 어려운 모습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