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생활용품 전반에 걸쳐 화학 성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가운데, 유통업계가 화장품에 이어 음료, 주류까지 발효 과정을 거친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다.
25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호주의 자연발효 탄산음료 ‘분다버그 진저비어’가 수입 탄산음료 평균 판매량의 4배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3월 국내 첫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전체 수입 탄산음료 매출 3위에 올랐다.
‘분다버그 진저비어’는 호주 퀸즐랜드주 분다버그에서 재배한 생강과 사탕수수를 3일 이상 숙성, 발효하는 제조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GMO나 글루텐을 함유하지 않은 점도 인기 요인이다.
오비맥주도 칵테일 발효주 ‘믹스테일’ 2종을 최근 출시했다. ‘믹스테일’의 기본 특징은 ‘발효주’라는 것이다. 증류 알코올을 희석한 기존 칵테일과 달리, 맥주 양조 과정과 동일하게 맥아를 발효한 뒤 여과한 양조 알코올에 라임, 민트 등을 첨가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발효를 통해 얻은 알코올 기반의 칵테일이라는 점에서 ‘믹스테일’은 보드카나 럼주에 탄산음료, 주스 등을 섞어 만드는 RTD 제품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화장품 업계도 나섰다. LG생활건강은 발효 허브를 핵심 성분으로 한 새로운 남성 타깃 브랜드 ‘젠톨로지’를 최근 론칭했다. 라인업에는 과다한 컨디셔닝 성분을 뺀 실리콘 무첨가 샴푸 등 9종이 포함됐다.
코리아나화장품이 전개하는 자연주의 브랜드 발효녹두는 워시오프 시트 마스크를 내놓았다. 효소를 더한 발효녹두와 산소를 비롯해 목화에서 추출한 천연 셀룰로오스 등이 친환경 재료다.
인공 발효와는 달리, 자연 발효 공정을 택한 LG생활건강의 브랜드 ‘숨37’도 대표적이다. 지난 2015년 연매출이 전년 대비 약 76% 성장했고,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05%의 성장을 기록했다.
풀무원녹즙은 지난해 매출 150억원을 기록한 발효녹즙 인기에 힘입어 어린이용 제품을 내놓았다. 풀무원녹즙 김정희 PM은 “원재료 외 색소, 합성첨가물은 사용하지 않았으며, 기능 성분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의 발효 제품 인기 배경에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논란 이후, ‘화학 제품 포비아’가 화장품뿐 아니라, 소비재군 전반으로 확산했기 때문이다. 화학물질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이른바 노케미족(No-chemi) 역시 대표적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