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상파 방송사 CBS코퍼레이션과 연예·오락 콘텐츠 기업 비아콤을 이끄는 ‘미디어 거물’ 섬너 레드스톤(92) 명예회장의 보수 지급이 중단됐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비아콤 이사회가 이날 회의를 열고 레드스톤 명예회장의 보수 지급 중단을 가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비아콤의 결정은 레드스톤 명예회장의 판단력 이상설로 제기된 법적 공방이 일단락된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다.
지난해 11월 그의 여자 친구이자 건강관리인이었던 마뉴엘라 헤르처는 레드스톤이 자신을 해고하자 그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며 정신감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마뉴엘라는 레드스톤 회장이 지난해 10월 판단력을 상실해 자신을 그의 자택에서 내쫓고 건강관리인 자격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6개월가량 이어진 법정 공방은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었다. 가족 간의 갈등은 물론 레드스톤 회장의 성생활까지 사생활이 여과 없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레드스톤의 언어치료사는 그가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고등법원은 레드스톤의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소송은 기각됐다.
법원이 레드스톤의 손을 들어주며 사건은 일단락 됐으나 이번 법정 공방으로 그의 판단력을 둘러싼 회사 안팎의 잡음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여전히 회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레드스톤은 현재 비아콤과 CBS코퍼레이션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의 약 80%를 소유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레드스톤의 보수를 상당 폭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레스스톤이 비아콤으로부터 받은 연봉 총액은 200만 달러(약 23억원)에 그쳤다. 2014년 1320만 달러에 비하면 6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보너스 지급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CBS도 레드스톤의 급여를 2014년 1080만 달러에서 176만 달러로 대폭 줄였다.
건강이상설에 시달리던 레드스톤은 결국 지난 2월 두 회사의 회장직에서 명예회장으로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때 CBS는 레드스톤의 기본급을 100만 달러로 추가 삭감했다. 이에 비아콤 측도 올해 레드스톤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보수 지급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비아콤은 영화 제작·배급사인 파라마운트 픽처스를 비롯해 NTV·니켈로디언·코미디 센트럴·BET·VH1 등 케이블 TV 채널을 보유하고 있으며, CBS코퍼레이션은 전국 TV·라디오 네트워크와 유료 채널인 쇼타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