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엔화 강세와 신흥국 경기둔화로 고전하는 가운데 엔고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300억 엔(약 3247억원)을 들여 말레이시아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한다고 17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도요타의 아시아 지역 판매는 지난 3월 마감한 2015 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가 이번 회계연도에 증가로 돌아설 전망이다. 중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지역에서 공급 능력을 끌어올려 생산 체제의 효율화를 추진한다.
도요타는 1968년 말레이시아에서 현지 생산을 시작해 현재 소형차 ‘비오스’와 픽업트럭 ‘하이럭스’ 등을 연간 약 8만대 생산하고 있다. 새 공장은 앞으로 연간 10만대까지 생산규모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수요 급감에 실적이 악화하자 도요타는 2013년 이후 공장신설을 동결했으나 작년 동결을 해제하고 다시 투자에 나섰다. 오는 2017년 중국 광저우, 2019년에는 멕시코에서 새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다.
도요타 등 일본 기업이 다시 해외공장 신설에 나서는 것은 엔고에 대처하고 신흥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전날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일본 도쿄증시 1부 상장사의 지난 2015 회계연도 총 순이익은 전년보다 1.9% 줄어들었다. 순익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동일본 대지진 타격을 받았던 2011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회계연도 순익 증가율 전망치도 3.8%에 그치고 있다. WSJ는 지난 13일까지 상장사의 97%가 실적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엔화 강세를 꼽았다. SMBC닛코증권의 집계에서 회계 4분기인 1~3월에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7% 가까이 급등했다. 이 기간 일본 기업의 순익은 전년보다 42% 급감했다.
도요타가 환율 변동에 따른 일본 기업의 희비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WSJ는 전했다. 도요타는 엔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 2012년 말 이후 3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익 기록을 경신했지만 이번 회계연도는 엔고 여파에 순익이 전년보다 3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