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신서유기’ 어서 와! ‘태양의 후예’보다 심한 PPL은 처음이지?

입력 2016-04-1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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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계방향) 신서유기ㆍ가슴이 하는 사랑법ㆍ무한동력ㆍ매콤한인생)
(출처= (시계방향) 신서유기ㆍ가슴이 하는 사랑법ㆍ무한동력ㆍ매콤한인생)

나영석 PD: 치킨 브랜드 7개를 대 주세요. 시작!
은지원: BBQ.
강호동: 페리카나.
이승기: 본스치킨.
이수근: 컬투치킨. (반환점 돌고)
이승기: 네네치킨.
강호동: 양념치킨……??!!

웹 예능프로그램의 시초 ‘신서유기’ 한 장면입니다. 원조 ‘1박 2일’ 멤버 재회로 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죠. 재미, 캐릭터, 스토리, 정보 뭐하나 빠진 것이 없더군요. ‘역시 나 PD!’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배꼽 잡고 봤네요.

본방사수가 익숙한 저에게 ‘신서유기’는 신선을 넘어 충격이었습니다. 일단 방송시간이 없다는 게 가장 놀라웠습니다. 1500원 주고 다시보기를 다운로드 받지 않아도 포털에 검색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더군요.

공중파였다면 ‘삑~’ 소리로 처리됐을 상표 이름 대기는 게임 소재로 활용하고요. 술 한 잔 마신 뒤 어둔한 발음으로 이어가는 음주 방송은 그저 에피소드일 뿐입니다. 19일부터 방송되는 ‘신서유기 2’에서는 간접광고(PPL)도 본격적으로 들어간다고 하죠? ‘태양의 후예’ PPL은 애교가 되겠네요.

함께 본 친구는 “그래도 방송인데, 좀 심하다”라며 보기 불편해 하더군요. 하지만 ‘마이 리틀 텔레비전’ 생방송을 즐겨보는 저에겐 그저 또 다른 방식의 리얼이었습니다.

13억6300만원. 5000만 뷰 이상을 기록한 ‘신서유기’의 광고 수익입니다. 동영상 재생 전 들어가는 광고 보기를 통해 한 회에 25원씩 돈을 벌었는데요. 지상파 16부작 미니시리즈에 붙은 광고 수익과 비슷하다고 하네요. PPL이 본격적으로 노출되는 ‘신서유기 2’ 수익은 이보다 더 많겠죠?

이 때문에 신서유기의 선전은 '스낵 컬처(Snack Culture)' 확산을 앞당겼습니다. 스낵 컬처란 짧은 시간 동안 간편하게 문화생활을 즐기는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말하는데요. 웹툰, 동영상 클립, 카드뉴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죠.

(출처= '우리 옆집에 엑소(EXO)가 산다')
(출처= '우리 옆집에 엑소(EXO)가 산다')

공중파도 아닌데 누가 보겠느냐고요? 지난해 3월 공개된 ‘우리 옆집에 엑소(EXO)가 산다’는 2000만 뷰를 코앞에 두고 있고요. 삼성이 기획한 ‘도전에 반하다’는 1660만 뷰를 넘어섰습니다.

이 밖에 ‘당신을 주문합니다’(1553만 뷰), ‘우리 헤어졌어요’(1154만 뷰), ‘퐁당퐁당 LOVE’(1065만 뷰), ‘초코뱅크’(577만 뷰), ‘연애세포’(324만 뷰) 등도 큰 인기를 끌었죠. 한 번 재생에 15~25원 정도 광고 수익이 붙으니, 얼마나 벌어들일지 감이 오시나요?

‘1세대 작가’ 윤태호(미생)ㆍ강풀(순정만화)ㆍ강도하(위대한 캣츠비)에서 시작된 웹툰 시장 역시 십여 년 만에 3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스낵 컬처는 영화ㆍ드라마ㆍ종이책 등으로 제작되며 콘텐츠 산업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는데요. 안방극장에서 대박을 친 ‘미생’과 ‘치즈인더트랩’은 웹툰에서 흥행이 검증된 스토리였습니다. 하상욱의 SNS 시집 ‘서울시’는 종이책으로 출간돼 20만부 넘게 팔렸죠. 김유정, 박보검 주연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구르미 그린 달빛’도 웹 소설이 원작입니다.

(출처=방송통신위원회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ㆍ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출처=방송통신위원회 '방송매체 이용행태 조사'ㆍ삼성증권 리서치센터)

43%. KT경제연구소에서 조사한 20대 모바일 완독률입니다. 초반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반도 채 안 본다는 얘기죠. 이 때문에 일각에선 “스낵 컬처는 지난친 압축으로 정보도 부족하고 깊이감도 없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스낵 컬처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문화 다양성에 밑거름이 된다면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것 아닐까요? 효과적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도 ‘윈윈(win-win)’이고요. 제가 ‘신서유기’에 나온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본 뒤 중국 시안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입 짧은 한국인들의 입맛 확 살려주는 스낵 컬처, 맛있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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