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부터 야경까지, 갤럭시S7 카메라 사용기

입력 2016-04-0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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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7에 대한 간략한 리뷰를 전한지 시간이 조금 지났다(리뷰를 다시 보고 싶다면 ‘여기’로). 오늘은 카메라 성능에 대해서만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여러 장소와 환경에서 카메라 기능을 테스트해보며 내린 결론부터 말할까. 정말 재수없을 만큼 잘 나오는 스마트폰 카메라다.

그런데 아쉽게도 훌륭한 카메라 성능보다 기이한 왜곡 현상이 더 주목을 받았다. 이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보자. 갤럭시S7은 환산 화각 26mm의 광각 렌즈를 채용했다. 같은 거리에서 더 넓은 화각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것이 광각 렌즈다. 이 화각에서는 흔히 주변부가 바깥으로 휘어 더 널찍하게 느껴지는 ‘배럴 디스토션’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주변부 왜곡 자체는 광각 렌즈의 특성 상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갤럭시S7의 카메라에서 나타난 왜곡 패턴이 주변부 뿐만 아니라 중앙부에서도 나타난다는데 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건 분명하다.

[공간이 뒤틀리고 있다, 꿀렁꿀렁]

일반적인 풍경 사진에서는 이 왜곡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직선 패턴을 갖춘 건물이나 모눈종이 따위를 촬영했을 땐 눈에 띄게 나타난다. 위의 사진은 한 레스토랑에서 촬영한 것인데 처음엔 의식하지 못했는데, 왜곡 이슈를 접하고 다시 확인해보니 창틀의 직선이 꿀렁꿀렁 휘어져 있다. 실제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직선을 곡선으로 바꾸는 갤럭시S7 카메라의 왜곡 현상이 도마에 올랐다. 삼성도 처음엔 광각렌즈의 특성 때문이라 발뺌했지만, 금세 상황 파악을 마치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업데이트 후에는 형태 보정 메뉴가 생겨 촬영시 생기는 왜곡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보정하는 작업이 가능해졌다. 덧붙여 일부 제품에서 나타나던 프리징 현상에 대한 개선도 이루어졌다. 참고를 위해 펌웨어 업데이트 전후의 왜곡 정도를 비교한 사진을 첨부한다.

보기 쉽게 움짤도 준비했다. 숫자키 ‘7’과 ‘8’ 부분을 유심히 보면 어떤 형태로 왜곡이 보정되는지 알 수 있다.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어쨌든 여론을 ‘쌩까지’ 않고 재빠르게 대처했다는 것만은 칭찬하고 싶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모눈 종이를 자주 촬영하는 편은 아닌지라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라 느끼진 못했다.

자, 이제 왜곡에 대한 문제는 슬쩍 덮어두고 카메라 성능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서보자. 참고로 샘플 사진은 펌웨어 업데이트 전/후의 사진이 섞여 있으며 모두 무보정 원본이다.

갤럭시S7 카메라의 강점은 누가 뭐래도 저조도 촬영이다. F1.7의 조리개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노이즈 억제력도 뛰어나고, 실제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밝게 표현된다.

[위는 원본 아래는 일부를 확대한 사진]

특히 암부의 디테일까지 살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조명이 어두운 실내에서 사진을 촬영했을 때, 빛이 제대로 닿지 않는 영역까지 선명하게 표현한다. 스타벅스 매장 안에서 촬영한 사진의 일부를 확대해보면 천장의 에어컨까지 선명하게 촬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다른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비교해보면 이부분의 디테일이 훨씬 뭉개지고, 노이즈가 심하게 촬영된다. 갤럭시S7이 선예도나 노이즈 억제력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예다.

좀더 본격적인 저조도 촬영을 해볼까? 역시 야경이 제격이다. 양화대교가 내다보이는 한강의 야경을 촬영해보았다. 비교대상은 전작인 갤럭시S6다. 먼저 두 모델 모두 같은 위치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자동’ 모드로 촬영해보았다.

사실 결과물을 보고 놀랐다. 갤럭시S7이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야경사진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갤럭시S6가 생각보다 구려서…  고작 1년 사이에 무슨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두 제품 모두 같은 삼각대에 고정하고 음성 명령으로 촬영했는데도 갤럭시S6만 유독 흔들림과 빛번짐이 심하다. 확대해서 볼 것도 없이 디테일이 모두 뭉개져있더라. 신제품인 갤럭시S7에게 성능 몰아주기라도 하는 것인가…

이쯤에서 갤럭시S6는 포기하고 같은 위치에서 갤럭시S7의 프로 모드로 야경 촬영을 더 진행해보았다. 프로 모드의 인터페이스는 다소 아쉽다. 조작이 썩 직관적이지 않고 다소 산만하다. 화이트밸런스만 해도 전작인 갤럭시S6는 설정값을 더 세밀하게 만질 수 있었는데, 갤럭시S7은 다섯 가지 모드로 제한됐다. 굳이 비교하자면 LG G시리즈 카메라의 프로모드에 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셔터스피드 4초에 ISO 50으로 두고 화이트 밸런스만 바꿔가며 촬영한 사진이다. 빛의 궤적이 드라마틱하게 담겼음은 물론, 하늘 부분에 노이즈가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깨끗한 야경 사진이다.

일부를 확대해서 확인해봐도 바닥의 ‘천천히’ 안내까지 선명하게 표현된 것을 볼 수 있다. 촬영 거리나 조도를 생각했을 때 놀라운 결과다. 이게 폰카메라라니. 날씨가 풀리기 전이라 옥상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촬영했는데, 정말 입을 떡 벌린 채로 감탄하고 말았다. 이 정도로 잘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위는 원본 아래는 일부를 확대한 사진]

이제 으레 카메라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촬영한다는 꽃 사진과 음식 사진을 보자. 어느 날엔가 브런치를 먹겠다며 살짝 폭식을 했었다. 그때 디저트로 먹었던 딸기 무스를 접사했는데, 딸기잎의 솜털(?)에 핀이 맞아 근사하고 감성적인 사진이 나왔다. 초점거리가 매우 가까워서 여러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 카메라의 또 다른 장점이다.

[위는 원본 아래는 일부를 확대한 사진]

이번엔 이름 모를 꽃 사진이다. 심도 표현도 그럴싸하고 꽃의 암술 수술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선명한 디테일도 마음에 든다. 다만 아웃 포커싱의 느낌이 DSLR 만큼 예쁘진 않다. 몽글 몽글 흐려지는 느낌이 아니라 물에 젖어 잉크가 번진 것처럼 퍼지는 느낌이다. 너무 욕심내면 안되겠지.

 

일상에서 찍은 몇 컷의 사진을 더 첨부한다. 이상하게 갤럭시S7을 들고 사진을 찍으러 가는 날마다 날씨가 흐리고 미세 먼지가 심해서 원하는 샘플컷은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한번만 촬영해보면 카메라 하나 만으로도 ‘물건’이라 칭할 수 있음을 실감하리라. 손을 대자마자 기가 막히게 포커스를 잡는 속도나, 빠릿한 반응 속도는 더 이상 발전할 여지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심한 역광에서 표지판을 찍었는데도 피사체가 어둠에 묻히지 않는 모습을 보라. 갤럭시 카메라는 그 모양으로 만들던 삼성이(갤카 사용자라면 미안하게 됐다) 갤럭시S7에는 무슨 칼을 갈았길래 이렇게 엄청난 폰카메라를 만든걸까.

물론 다 마음에 든건 아니다. 아이폰6s의 라이브 포토와 비슷한 기능인 모션 포토는 왜 넣었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구색 맞추기로 보였다. 원리는 아이폰과 비슷하지만 구현하는 방식이 썩 재밌지 않다. 정지된 사진에서 움직이는 감동을 표현한다는 것이 라이브 포토나 모션 포토의 의미인데 갤럭시S7에서는 사진을 움직이게 만드는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보여주기 식의 소프트웨어라고 밖에는… 이건 모션 파노라마도 마찬가지. 기술력이 다르거나 모자라는 것도 아닌데 소프트웨어를 조금 더 감동적으로 포장하는 일에 있어서는 삼성이 아직도 서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마지막으로 전면 카메라를 언급하고 사라지겠다. 뷰티 모드는 참 좋다. 얼굴 뽀얗고 눈 크고, 갸름하게 나온다. 사기샷이라도 눈코입 뚜렷한 피부 미인으로 사진이 찍히는 건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나는 막상 이슈가 됐던 후면 카메라 왜곡보다는 전면 카메라 왜곡이 더 거슬리더라. 전면에도 광각 렌즈를 사용해 주변부 퍼짐 현상이 일어나는데, 각도를 잘못 맞추면 이마가 아주 넓고 머리통이 길쭉한 외계인이 되어 버린다. 이마가 한없이 늘어나 두상이 롯데월드몰의 콘헤드처럼 되어가는 게 보이시는가. 인물 뒷면의 벽돌 패턴만 봐도 사진이 어떤 식으로 왜곡되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광각 렌즈의 장점도 많겠지만, 본인의 얼굴을 즐겨 찍는 셀피족들에겐 다소 아쉬운 부분.

스마트폰 카메라의 작은 센서 크기와 여러 열악한 조건을 생각했을 때, 갤럭시S7의 카메라 성능은 정말 갈 때까지 갔다는 느낌이다. 조건만 잘 맞아 떨어진다면 DSLR로 찍은 사진을 그럴싸하게 흉내낼 수 있다. 너무 잘 찍혀서 재미가 없을 정도. 웹사이트나 블로그 업데이트 용도로 카메라를 가지고 다녔다면, 어지간한 똑딱이 카메라보다는 갤럭시S7을 가지고 다니는 게 나을 정도다. 카메라 성능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색감이나 분위기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취향을 타겠다. 이렇게 말하면 또 지긋지긋한 ‘감성’타령이라고 하겠지만, 폰카 특유의 어설프지만 풋풋한 손맛이 아쉽긴 하니까. 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갤럭시는 언제나 그랬듯 ‘강려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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