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앙숙관계인 이란의 석유 수출 방해공작에 나섰다. 이란의 석유수출을 둔화시키기 위해 이란의 유조선 자국 입항을 금지했다고 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 1월 원유 수출과 관련해 서방 권의 제재는 해제됐지만 여전히 여러 장애물에 가로막혀 수출 물량이 제한되고 있는 것이다.
한 해상보험업체가 고객사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이란산 원유를 실은 이란 선박은 현재 사우디와 바레인 항구 진입이 금지됐다. 또한, 최근 기항지 3곳 가운데 이란이 포함된 선박도 사우디와 바레인에 입항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 해운중개업체는 이달 중순까지 이란의 카르그섬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원유탱크 선박은 8척에 그쳐 1200만 배럴의 원유만이 유럽으로 수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이집트 지중해 연안의 석유 운송 핵심 길목에 있는 저장탱크 재확보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란은 제재 전에는 저장고와 송유관 소유 기업인 수메드의 시설을 이용해 홍해에서 지중해로 원유를 보내왔다. 문제는 사우디가 이 회사 지분 일부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일부 트레이더는 사우디가 이란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해상 자료업체 윈드워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이란 앞바다에 보관되는 원유의 양은 10% 증가해 5000만 배럴을 넘었다. 이란의 석유회사 관계자들은 자국 유조선의 입항 금지와 관련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보험과 금융, 법적 장애물 등이 여전한 남아있는 가운데 원유 판매가 더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이란에 대한 일부 보험, 금융, 법률 제재는 지금도 남아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와 바레인의 유조선 입항까지 금지되면서 원유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한 브로커는 “아무도 알지 못했던 리스크”라면서 “아무도 사우디와의 관계를 해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이란의 외교적 갈등은 시리아 내전으로 악화됐다.
주요 산유국이 오는 17일 산유량 동결과 관련해 회동한다. 지난주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이란이 산유량 동결에 동참하지 않으면 사우디도 동결에 나서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그간 이란은 경제 제재 이전 수준으로 산유량을 늘리겠다고 거듭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