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조스가 주인이 된 뒤 워싱턴포스트(WP)는 어떻게 변했을까
2013년, WP의 주인이 바뀌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로. 베조스는 사재를 털어 역사와 명성은 있으나 디지털 시대에 우왕좌왕하고 있던 신문사를 과감히 사버렸다.
‘대체 뭘 하려고?’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본 거지?’ 의문들이 뒤를 이었고 아직도 이에 대한 해답은 구체적이거나 공식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물론 아직 변화의 과정을 지나고 있기도 하지만.
제프 베조스가 갖고 있는 생각과 선택, 결정이 어떻게 WP를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기사가 나왔다. <애플 인사이드>의 저자인 애덤 라신스키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포춘에 기사를 냈다. 라신스키는 베조스가 하고 있는 사업과 활동을 자세하게 전하면서 그 가운데 WP에 반영된 것, 그리고 주변의 평가 등을 전했다.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배런은 베조스가 WP에 끼친 영향을 이렇게 표현한다. “베조스는 우리 신문의 최고 편집 기여자(Chief editorial contribution)이며 종이신문의 세계에서 하는 것과 인터넷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를 인식시켜 준다.”고.
예를들어 베조스는 포스트에브리씽(PostEverything:https://www.washingtonpost.com/posteverything/)이란 사이트를 열게 했다. 전문가인 필자들은 돈을 받고 글을 올리는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글을 올린다. 허핑턴포스트처럼. 약 800여명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들이 모여서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했다. 배런은 “마치 아마존의 크라우드소싱 인터넷 마켓플레이스인 미케니컬 터크(mechanical turk)나 프리랜서 일자리를 서로 연결해주는 태스크래빗(Taskrabbit) 혹은 우버 등 혁신적인 기술기업들이 하는 것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베조스는 WP에 갖춰진 민주적인 의사결정 체제를 전혀 부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만약 그럻게 해서 자신의 재산이 증식될 가능성이 없어진다고 해도.
베조스는 자신이 10세 때 할아버지댁 마루에 누워있다가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보도를 보았던 것을 상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으로 누구를 뽑을 지도 꽤 중요하다. 우리는 그 사람들을 진단하고 사람들이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금도 베조스에게 사달라고 요청하는 언론사들이 많지만 더 이상 살 생각은 없다고도 했다. 베조스는 WP를 살 때 실사(due diligence)도 하지 않았고 전 소유주였던 돈 그레이엄과도 값을 협상하지 않았으며 그가 제안한 것을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했다. 베조스는 WP에서 어떠한 자리도 맡고 있지 않다. 그러나 배런을 비롯한 편집국 고위 간부들에게 매주 전화 보고를 받으며 1년에 두 차례는 이들을 시애틀로 초청해 저녁을 하고 있다.
라신스키는 그러나 베조스의 이런 말에도 불구하고 WP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2013년 10월 3050만명이었던 월 방문자수는 올해 2월 무려 7340만명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이 그 예.
베조스의 인수 이후 인력도 대거 보강돼 ‘진지한 저널리즘(serious journalism)’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고, 이러한 베조스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위험감수는 기자들에게 고무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라신스키는 1시간 가량 시애틀 아마존 본사에 머물기도 했는데 베조스는 아마존에 오래 근속한 사람들을 존중하며 일관성있는 것이 장점이란 평가를 들었다. 일주일에 65시간 일하고 여행도 잘 가지 않지만 어딜 가든 사무실과 연결돼 있다고. ‘베조스 스타일’이란 권위적이라기보다는 가르치고 미조정(refinining)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