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SE를 공개했다. 그동안 제품 라인업을 주도했던 3~6 등의 숫자가 빠진 점이 독특하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투-트랙 전략이 반영된 '네이밍 법칙'으로 분석했다.
애플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아이폰SE와 신형 아이패드 프로 등을 전격 공개했다.
무엇보다 관심을 모은 새 제품은 아이폰SE다. 앞서 각종 IT매체는 새 제품에 대한 자세한 스펙과 디자인, 기능을 먼저 소개했다. 이들의 전망은 실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애플 아이폰SE의 디자인은 2년 반 전에 첫 출시한 아이폰5와 크기, 외형이 비슷하다. 그러나 A9 칩과 M9 모션 코프로세서를 더해 지난해 9월 출시한 아이폰6S 수준의 기능을 갖췄다. 카메라도 역시 1200만 화소다. 배터리 사용시간은 오히려 아이폰6S보다 20~30% 늘어났다.
반면 제품 이름에 대한 다양한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애초 아이폰5SE 또는 아이폰6C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대신 아이폰SE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제품에서 숫자를 지워낸 첫 번째 아이폰이다.
'숫자 라인업'이라는 굴레를 벗어난 아이폰SE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먼저 애플이 본격적인 투-트랙 전략을 시작했다는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보급형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두 가지 목표를 겨냥해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해온 애플은 아이폰SE를 시작으로 혁신과 함께 판매확대 전략을 동시에 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계에 다다른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하기 보다 또 다른 시장에 애플 그리고 아이폰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시점에서 네이밍 전략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서 애플은 아이폰6 출시에 앞서 아이폰5를 바탕으로한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5C를 선보인 바 있다. 아이폰5와 아이폰5S에 이어 등장한 새 제품은 5라는 숫자를 공통 분모로 지녔지만 보급형, 즉 상대적으로 저가형 스마트폰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결국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지향해온 애플이 네이밍 전략을 실수했다는 지적을 낳았던 것. 과감하게 도전한 보급형 제품 시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이다.
때문에 새로운 네이밍 법칙은 애플에게 절실했다. 예견대로 아이폰5SE라고 이름을 지었을 경우 기존 구형 제품의 재판매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나아가 현행 아이폰6의 이름을 이용한 아이폰6C 역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앞서 시도한 아이폰5C의 네이밍 전략 실패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숫자로 인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숫자없이 스페셜 에디션을 뜻하는 SE를 서브 네임으로 선택했다.
애플 방식의 투트랙 전략이 시작되면서 프리미엄-보급형이라는 이분법 전략 대신 프리미엄과 세미 프리미엄 전략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T와 모바일 전문가들은 아이폰SE의 성공 여부에 따라 또 다른 스페셜 에디션이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레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애널리스트 벤 바자닌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낮은 가격이 아니라 애플 제품들의 가격군에서 낮은 수준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