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실상 경제성장률 하향가능성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전반적인 분위기는 비둘기파 쪽으로 한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통위원별 대응책은 각양각색이었다는 점에서 당장 금리인하가 실행될지는 의문이다.
대표적 비둘기파인 하성근 위원은 지난달 금통위 당일 공개된 것처럼 25bp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반면 대표적 매파인 문우식 추정 위원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를 강조해 대조를 이뤘다. 비둘기로 한클릭 옮겨간 위원들도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이나 가계부채 증가에 대해 여전히 신경쓰는 분위기였다.
2일 한은이 공개한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대다수 위원들은 경제성장의 하방리스크가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문 위원으로 추정되는 위원도 “내수 회복세가 약화된 가운데 수출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월에 예상했던 전망경로보다 회복세가 약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국내경제를 진단했다. 하 위원은 더 나아가 “세계경제의 상황변화와 국제유가의 추가적인 하락행태는 그간 점증해 왔던 우리 경제의 대외적 불확실성과 하방리스크를 현저하게 높였다”고 밝혔다.
다만 정책판단에 대해서는 비둘기파와 매파간 엇갈리는 분위기다. 비둘기파 역시 당장 인하로 나서기엔 부담스럽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비둘기파, 금리조정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어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 드라기 ECB 총재의 추가 완화 가능성, 미국 경기회복세 약화에 따른 연준 추가금리 인상 기대 약화 등 글로벌 완화 분위기를 들었다. 여기에 국제유가까지 떨어지면서 하 위원은 “이같은 행태는 우리 경제의 대외적 불확실성과 하방리스크를 현저하게 높이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대내적으로는 수출 하락세가 예상보다 크게 확대된 가운데 내수의 개선흐름도 약화되고 있으며 경제주체의 경기회복 기대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하 위원은 추가 금리인하는 “악화되고 있는 경제심리와 수출 등 실물부문 개선, 저물가 고착화 억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국자본 유출확대와 가계부채 추가 증대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급격한 악화 가능성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A위원도 직전달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란 기조에서 한발 물러섰다. “1월 전망에 비해 회복속도가 다소 둔화”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성장 및 물가 경로의 높아진 불확실성에 대비한 정책여력 확보”를 강조함에 따라 인하를 하더라도 시기에 대한 판단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C위원도 “우리 경제의 적정 금리수준이 소폭 하락”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기준금리 조정의 긍정적 효과는 다소 불확실한 반면 부작용과 잠재적 위험은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해 당장 인하에 부정적임을 분명히 했다.
◆매파, 금융중개지원대출 RP시장 개선 등 신정책수단 주목
B위원도 “성장의 하방리스크에 대응해 우선 금융중개지원대출제도를 통해 수출, 설비투자 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A위원과 유사하게 “대외여건이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의도한 효과를 얻지 못하고 정책여력만 소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불안한 대내외 금융시장이 다소 안정되면 인하에 나설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일수 있다.
D위원은 외화자금 유출 우려에 대한 유인책으로 국내 RP시장 개선 노력을 들고 나왔다. 그는 “국내금융의 인프라를 미리 미리 확충함으로써 차후 금융시장의 부담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며 “외화자금 장기 체류를 위한 유인책으로 국내 RP시장을 개선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