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문헌 94종을 분석해 잊혀져가는 전통지식을 알기 쉽게 정리한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 4권이 발간된다.
‘보리장나무’가 조선시대 제주 지역에서 설사 치료제로 쓰였다는 전통지식 등 지금은 잊혀진 선조들의 생물자원 활용 지식이지만, 이것을 알기 쉽게 요약 정리한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정종우 이화대 교수팀과 함께 조선시대에 발간된 고사십이집ㆍ농사직설(농서), 구급간이방ㆍ향약집성방(의서), 삼재도회ㆍ광재물보(유서) 등 옛 문헌 94종에 수록된 우리 생물의 옛 이름과 생물을 활용한 전통지식을 요약해 정리한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 4권을 발간했다.
가장 눈여겨 볼만한 전통 지식은 이형상(1653~1733)의 ‘남환박물’에서 소개된 ‘설사를 치료하는데 쓴다’는 ‘보리실(菩提實)’과 관련된 기록이다.
정종우 교수팀은 ‘남환박물’에 서술된 ‘보리실’의 모양새와 열매 결실시기, 지리적인 분포 등을 분석해 이 식물이 ‘보리장나무’를 일컫는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제주지역에서 ‘보리장나무’의 열매가 간식거리로만 여겨지는 것으로 비춰볼 때, 이는 보리장나무 열매를 설사 치료제로 쓰던 옛 전통 지식이 단절된 것으로 보인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는 보리장나무의 사촌격인 보리수나무와 보리밥나무도 설사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를 통해 옛 문헌 속의 지혜를 통해 다른 생물자원에서도 유용한 결과를 밝혀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릉향(零陵香)은 기침, 치통 등을 치료하는 약용식물로 세종실록지리지(1452~1454년),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탐라지(1653년), 남환박물(1704년) 등에 조선시대 제주지역의 특산물로 기록돼 있다.
현재 한의학에서는 영릉향을 중국 원산의 앵초과 참좁쌀풀속 식물인 리시마치아(Lysimachia foenum-graecum Hange)로 인식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옛 문헌 속에서 언급된 영릉향이 중국에서 들여와 제주에서 재배한 식물이기 보다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섬까치수염(Lysimachia acroadenia Max.)을 일컫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밖에도 ‘해제로 보는 조선시대 생물자원’에는 현재 옥수수, 벼, 김의 옛 이름인 옥촉촉(玉薥薥), 도자(稻子), 태(苔) 등을 소개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 옛 문헌에 실린 생물자원과 선조들의 지혜를 꾸준히 찾아내고 과학적 검증단계를 거쳐, 우리나라 생물산업에서 유용하게 쓰일 기초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