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으로 OCI 등 태양광 소재기업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잉곳·셀·모듈 등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최근 빛을 보고 있다. 태양광 부품가격 내림 폭이 소재인 폴리실리콘보다 적은 데다, 최근 2~3년간 미국으로의 수출량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에 적자를 면치 못했던 태양광 부품 중소기업들도 속속 흑자로 전환하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신성솔라에너지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76억3109만원을 기록하며, 2010년 이후 5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제품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한 170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은 4.5%로 올랐다.
신성솔라에너지 관계자는 “현재 셀 공장 가동률이 100%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고, 미국과 일본 등으로 수출 물량이 지난해 크게 늘었다”면서 “특히, 내년까지 진행되는 미국 선에디슨과의 공급계약으로 수출을 꾸준히 늘렸던 것이 흑자전환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신성솔라에너지는 2014년 미국 태양광업체 선에디슨과 3년간 총 660MW 규모의 셀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충북 증평에 있는 420MW 규모의 셀 공장도 증설해 100% 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2015년까지 적자 행진을 기록했던 회사이지만, 꾸준한 투자와 뚝심으로 결국 ‘턴어라운드’를 이뤄냈다.
태양광 잉곳을 생산하는 웅진에너지도 지난해 웃었다. 꾸준하게 적자를 기록해왔던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5억1600만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3년 312억원, 2014년 131억원으로 매년 적자 폭을 줄이더니 4년 만에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이 회사 역시 미국 선에디슨과의 장기 공급계약이 실적 개선에 큰 역할을 했다. 웅진에너지는 내년 말까지 총 6400톤 규모의 잉곳을 선에디슨에 공급할 예정이다.
모듈을 생산하는 에스에너지도 지난해 영업이익은 감소했지만, 흑자를 이어가며 태양광 중소기업에서 꾸준한 경쟁력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60억32만원으로 전년 대비 51.2% 감소했지만, 최근 몇 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태양광 중소기업 가운데에서도 지속해서 흑자를 낸 곳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같은 태양광 부품 중소기업 선전의 중심엔 미국이 있다. 한때 ‘잘 나가던’ OCI 등 소재기업들은 폴리실리콘 가격 급락으로 최근 휘청이고 있지만, 부품업계는 꾸준한 미국 수출물량 확보로 제대로 설 수 있었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에 정부 보조금을 주는 등 미국 시장에 태양광 수요가 몰리고 있는 데다, 중국산 제품 반덤핑 결정으로 국내 제품들의 주가가 높아진 탓”이라며 “미국 태양광 세액감면 프로그램(ITC)이 애초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일몰될 계획이었으나, 최근 오는 2022년까지 연장되기로 결정되면서 앞으로도 국내 태양광 부품 중소기업들의 수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가격이 급락한 폴리실리콘에 비해 웨이퍼·셀·모듈 등 부품 쪽의 가격 내림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태양광 시장조사업체 PV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폴리실리콘은 2014년 1월 가격 대비 63.4% 수준으로 값이 내려갔다. 반면, 웨이퍼는 2014년 1월 대비 93.3%, 셀은 85.4%, 모듈은 79.8%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폴리실리콘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2월 기준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12.9달러 수준까지 내려갔다.
태양광 중소기업의 한 관계자는 “급속도로 가격이 내려가는 폴리실리콘 분야에선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막기 쉽지 않지만, 위 단계인 부품 분야에선 가격 내림 폭이 작아 비교적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들이 제한을 받는 미국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선전하고 있는 모습인데, 미국 시장 이후의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시점에서의 숙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