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권당국 수장인 샤오강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사실상 경질됐다. 증시 혼란의 책임을 떠안고 물러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지도부가 26일부터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3월 초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 해당)를 앞두고 사태를 수습해 당국을 향한 책임론을 봉합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9일 중국 국무원이 샤오강을 경질하고 류스위 중국 농업은행 이사장을 후임에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샤오강 주석은 지난 18일 당국에 사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 날 중국 국영 CCTV의 뉴스에서 샤오강 주석이 시진핑 주석이 주재한 회의에 참석한 모습이 확인되면서 시 주석이 그의 거취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 증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개인 투자자의 불만이 항의 시위 등 사회 불안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해 여론 동향을 예의주시해온 시진핑 주석은 증시가 충분히 떨어진 데다 국제 이벤트를 앞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샤오강 주석은 20일 베이징 시내의 증감위 본부에서 부하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작별 인사를 하는 모습이 중국 언론에 보도됐다.
그의 경질설은 작년 중반부터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진핑 지도부는 그때부터 샤오강의 경질 시기를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의 혼란이 정치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기 선택에 특히 조심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은 작년 여름, 사상 선전 활동을 총괄하는 사업부를 통해 “증시 문제의 정치화를 피하고 비판의 화살이 정부와 당으로 항하는 것을 막도록 하라”고 언론기관에 지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증시 혼란이 수습되기는커녕 더욱 박차가 걸렸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주가 변동성이 극심할 경우 거래를 중단하는 ‘서킷 브레이커’ 제도가 개인 투자자의 패닉 매도를 유발, 증감위는 이 제도를 도입한 지 불과 4일 만에 폐지했다. 이처럼 미숙한 조치는 세계 증시 혼란으로 번져 시진핑 지도부는 국제적으로도 면목이 없게 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처음 의장국을 맡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가 26일부터 상하이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경제 성장과 중국시장 혼란 대응책이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당국과 시장 간 대화 부족도 논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3월 5일부터 열리는 전인대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샤오강 주석 해임으로 시장의 불안 심리가 가라앉는다는 보장은 없다. 시진핑 지도부는 증권 당국 수장 교체로 일단 책임론은 모면하겠으나 혼란 재연 시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