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발 글로벌 경기둔화 불안 등 온갖 악재 끝에 결국 약세장에 진입했다.
세계 각국 증시 추이를 종합한 MSCI올컨트리월드인덱스가 11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1.3% 하락, 지난해 5월 고점 이후로는 20% 빠지면서 약세장에 들어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글로벌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와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졌던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MSCI올컨트리월드인덱스는 5월과 10월 사이에 24%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 증시는 지난해 5월 고점을 찍고 나서 업종을 불문하고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금융주가 25%, 에너지와 원자재주가 30% 각각 떨어지는 등 하락세가 가팔랐다.
일본 도쿄와 홍콩,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뉴욕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증시가 최근 요동쳤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올 들어 17% 하락했다. ‘춘제’ 연휴를 마치고 이날 복귀한 홍콩증시의 항셍지수는 3.8% 급락으로 장을 마쳤다. 이번 주 내내 춘제 연휴인 중국증시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년간 하락폭이 이미 22%에 달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증시는 이날 2~4%대의 급락세를 기록했다. 뉴욕증시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7월 이후 18% 하락했고 S&P500지수는 전날에 이어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투자자들은 원유시장의 혼란, 은행권 수익성 악화 우려로 앞다퉈 위험자산인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폴 캐로스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스 증권 부문 대표는 “매우 우려할만한 상황”이라며 “올해 증시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사라졌다. 기업 실적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어닝시즌이 절반 이상 지난 가운데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S&P500기업의 52%만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보다 늘었다고 보고했다. 블룸버그 집계에서 전문가들은 지난해 4분기 S&P500 기업 순익이 전년보다 4.5% 감소하고 올해 1분기는 6.3%로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견실한 경제회복세에 기대를 걸었으나 미국도 글로벌 경기둔화 역풍에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MSCI올컨트리인덱스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글로벌증시 주가 움직임을 종합한 지수의 차이가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작은 수준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