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27일 카자흐스탄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과 폴리실리콘 사업의 신규 투자를 철회하기로 했다. LG화학의 투자 철회는 신년사에서 LG화학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는 박진수 부회장의 선언에 맥이 닿아있다. 박진수 부회장은 “지속 성장하려면 안일한 대처방식으로는 어렵다. 사업구조와 사업방식,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앞서 지난 2011년 카자흐스탄 국영석유화학회사인 UCC 및 민간기업인 SAT와 함께 총 42억 달러(약 5조337억원)를 투자해 에틸렌 83만톤과 폴리에틸렌 80만톤 규모의 석유화학 사업을 위한 합작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설계·조달·시공(EPC)’ 비용 등 시설 투자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장기적인 유가 하락으로 가스 기반 석유화학 생산설비의 경쟁력이 크게 감소해 이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LG화학은 폴리실리콘 신규 시설투자도 철회한다. LG화학은 2011년 6월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목적으로 5000톤 규모의 생산 공장 건설 등 신규 투자를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폴리실리콘 시황 악화로 신규 투자를 유보해 왔으며, 관련 시황이 단기간 내 회복세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해당 사업의 투자를 철회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황과 관련 산업의 급격한 변화로 장기간 보류됐던 신규 투자를 확실히 마무리함으로써 사업의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가능성 큰 신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전기차·ESS 배터리, 수처리 역삼투압(RO) 필터 등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 분야는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동부팜한농 인수를 통한 농화학 분야 신규 진출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더욱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LG그룹 내 캐시카우로서의 역할을 굳건히 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 26일 작년 영업이익이 1조8236억원으로 전년보다 39.1% 늘었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10.5% 줄어든 20조2066억원으로 연매출 20조원을 지켰다.
LG화학의 작년 영업이익은 2012년 1조9103억원 이후 최대 규모이며 LG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ㆍLG디스플레이 실적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LG화학과 같은 날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작년 영업이익이 1조1923억원으로 전년보다 34.8% 줄었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1조6256억원으로 19.8%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