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실제 전시장에서 많이 회자된 이야기, 그리고 기사에서 카테고리를 나누기 애매해 못 다뤘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이런 게 나왔네…’가 아니라 ‘이런 게 나왔으니 앞으론 이렇게 발전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시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장에 직접 가지 않았다면 볼 수 없었던 세세한 이야기들이랍니다. 시작할까요.
일단 엔비디아부터 보시죠. 최근 들어 부쩍 자율주행운전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업체입니다. PC에 관심이 많다면 주로 그래픽카드용 GPU를 만드는 제조사란 사실을 알고 있겠지만, 자동차 쪽에서는 그들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분들도 많죠. 계기판을 디지털로 만드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인데 아우디 TT와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계기판 구동에도 엔비디아의 칩셋이 들어갑니다. 이미 자동차 전장 분야 곳곳에 침투 중인 상황이죠.
퀄컴 역시 이제 더 이상 모바일용 프로세서 제작에만 몰두하는 업체가 아닙니다.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고 있는 상황이죠. 전기차 무선 충전 기술인 할로(HALO)는 퀄컴이 차량용 프로세서인 스냅드래곤 820A(Automotive)와 함께 주력으로 보고 있는 시장입니다.
유튜브에서 유명한 렉서스의 호버보드도 실물로 볼 수 있었고요. 물론 탈 수는 없습니다. 호버보드를 띄우기 위해서는 자력을 띈 전용 트랙이 있어야 합니다.
인텔이 밀고 있는 리얼센스 기술은 안 들어간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영역에 쓰이고 있었습니다. 로봇, VR, 드론, 시뮬레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인텔과 세그웨이 나인봇의 합작품은 인텔이 PC가 아닌 다른 영역으로 플랫폼을 옮기는 것을 알리기 위한 성공적인 데뷔작이었습니다.
중국의 영상 가전 분야는 해를 거듭할수록 급성장하는 분위기입니다. 창홍, TCL, 스카이워스 등이 대표적인데요. 4K UHD에 HDR 기능까지 갖춘 TV를 보란 듯이 선보였고 일부는 돌비 비전까지 지원하는 수준입니다.
소니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제품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물론 4K UHD TV나 4K 핸디캠에 더 눈길이 가지만 CG처럼 완벽한 영상에서 감성적인 부분을 기대하긴 어려울 테니까요. 무드등처럼 보이는 스피커와 소형 프로젝터는 마치 방 안에서 캠핑 온 기분을 들게 할 정도로 감성 풍만한 환경을 연출하기 위한 아이템입니다. 프로젝터를 응용하면 실내 한쪽 벽을 푸르른 자연이 눈앞에 펼쳐지는 창문으로 탈바꿈 시킬 수도 있죠. 사용자의 감성 능력치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여름에 몽블랑 정상을 벽에 투사하면 시원한 느낌이 들겠군요.
하지만 뭐니 해도 소니의 감성은 게임이죠. 플레이스테이션 VR은 상반기 중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저렴한 VR일 겁니다. 물론 PS4는 별도.
이 제품을 빼고 이야기할 뻔 했습니다. 요즘 음악 감성의 끝은 LP라죠? LP를 재생할 수 있는 턴테이블로 끝내지 않고, 고스란히 PC로 저장 가능한 제품입니다.
LG전자는 똑똑~ 노크를 하면 냉장고 안이 보이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액정 기술을 이용하면 아주 간단하게 처리 가능하죠. 음영으로 단순하게 제어하는 건 LCD에서 가장 기초적인 기술이거든요. 그런데 삼성전자는 아예 21.5인치 LCD 화면을 세로로 붙였습니다. 큰 태블릿이 냉장고에 붙어있는 모양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감성을 꽤나 많이 자극하는 제품입니다. 원래 집에 있는 냉장고엔 가족사진이나 포스트잇 메모 등을 붙여 넣는 경우가 많잖아요. 혹은 중국집이나 치킨 배달 스티커가 붙어 있던지요. 그걸 디지털화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스마트폰처럼 스케줄러를 가족끼리 공유하고, 바깥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카메라로 찍은 냉장고 속을 본 다음 모자란 식자재를 주문할 수도 있죠. 식재료의 보관일을 체크하는 것도 꼼꼼한 주부에겐 꼭 필요한 기능입니다.
스타워즈=천조국.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애, 어른 할 것 없이 다들 줄서서 BB-8, 스톰트루퍼와 사진을 찍기 위해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저도 찍었….
지금 여러분은 포스(!)를 통해 BB-8을 조종하는 것을 보고 계십니다… 는 거짓말입니다. 손목에 차는 전용 컨트롤러를 통해 이리저리 BB-8을 조종하다 보면 마치 본인이 포스를 익힌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죠. 스페로(sphero)에서 출품한 제품인데 역시 미국 어른에겐 반응이 좋습니다.
그들의 스타워즈 사랑은 프레스센터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SSID : star wars, 암호는 stormtrooper. 기어박스도 와이파이 암호를 초창기 시절부터 동일하고 쓰고 있는데 이참에 한번 바꿔야겠습니다. ‘imyourfather’ 같은 걸로 말이죠.
오큘러스 부스는 이번 CES 전시회 참가 부스 중에서 참관객의 줄을 가장 길게 세운 곳입니다. 삼성 기어VR과 오큘러스가 각각 한줄씩 서 있었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대기해야만 했습니다.
벨킨에선 케이블 수납이 가능한 배터리를 선보였습니다. 케이블이 자석으로 고정되는 방식이라 잃어버릴 일이 없다고 하네요. 마이크로 USB와 라이트닝 두 가지 방식의 케이블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아이폰 로즈골드 색상과 깔맞춤이 가능한 충전케이블 셋과 USB-C 관련 장비도 내놨습니다. 담당자 말로는 조만간 한국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군요.
링크시스는 20대 이상의 디스플레이에 4k 영상을 전송하는 괴물 무선 공유기를 전시했습니다. 벨킨의 자회사라고 합니다. 사실 저도 이날 처음 알았습니다.
아이폰용 외장 렌즈인 엑소(Exo) 렌즈가 칼자이스를 품은 채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이름에서 뭔가 아이돌 느낌이 나지만 역시 명불허전. 매크로, 광각, 망원의 3가지 렌즈를 지원하는데요. 광각은 165도의 화각을 지원합니다. 렌즈는 칼자이스 T*, 렌즈를 감싸고 있는 본체는 알루미늄 재질을 썼습니다. 싸구려 렌즈와는 차원이 다르죠. 실내라 별로 찍어볼만한 피사체가 없었기에 잠시 샘플샷을 감상하시겠습니다.
아,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가지 고려할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폰6 이상만 지원한다는군요.
가스충전소 개념을 적용한 충전스테이션과 전기스쿠터는 에너루프 배터리로 우리에게 친숙한 파나소닉이 내놨습니다. 일본은 차세대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해 일찌감치 전기 구동계 기반의 이동 수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으니까요. 충전이 끝난 배터리는 스쿠터 안장 밑에 2개를 바꿔 끼우는 방식입니다. LPG 가스통을 충전해서 바꿔 쓰는 것과 같은 원리죠. 배터리를 통째로 바꾸는 방식이다 보니 충전 대기 시간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리모컨 AA배터리를 교체하듯이 2개를 바꾸는 것도 예전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군요.
노키아의 히어(here)는 아우디, BMW, 다임러AG가 컨소시엄을 이뤄 지난해 말 인수한 전자지도 회사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북미 지역과 유럽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8할이 모두 히어의 전자지도를 사용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자율주행차에 필수로 탑재되는 정밀한 전자지도입니다. 아마존, 야후, 바이두에도 지도를 공급 중이니 중국, 일본에서도 점유율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서비스하지 않습니다. 국내 법규상 전자지도 정보가 국외로 유출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죠. 볼보 XC90이 전시된 이유는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한 차가 바로 이 모델이기 때문이죠. 물론 길 안내를 위해 함께 구동되는 맵은 히어맵입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자동으로 옷을 개는 런드로이드 로봇입니다. 세계 최초라는군요. 집안일 중 큰 골칫거리 하나가 해결될 것 같습니다. 2017년 상용화를 목표로 세탁, 건조가 끝난 옷을 런드로이드에 넣어두면 옷의 형태를 분석해 알아서 개준다고 합니다. 현장에서 런드로이드 구동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주요 기술이 다른 제조사(라고 쓰고 중국이라고 읽는다)에 유출될까봐 전부 모자이크 처리 해놓았다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어떻게, CES 2016 현장에 직접 다녀온듯한 느낌을 받으셨을지 모르겠네요. 각 제조사가 해묵은 역할과 한정된 틀을 벗어나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카테고리가 전혀 다른 두 브랜드가 이름을 나란히 하는 진풍경은, 세상 모든 일들이 더 가깝게 통합되는 일과도 일맥상통하겠죠. 이 중에서 제일 놀라운 사실은 영영 우리 곁에 없을 것 같던 이 미래 기술들이 곧 진짜 삶 속으로 쳐들어 온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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