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의 대표적 스타는 제약·바이오주였다.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시작으로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R&D)에 대한 가치는 재조명됐다. 제약·바이오주는 올 연초부터 상승하며 연속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은 전날보다 6.67% 올라 전 업종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날 종근당은 2세대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CKD-11101’을 일본 후지제약공업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2013년 12월 상장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녹십자와 한미약품 등도 함께 상승하며 업종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제약 업종(2.60%)이 가장 많이 올랐다. ‘대장주’ 셀트리온을 포함해 메디톡스, 코오롱생명과학, 씨젠 등 굵직한 종목들이 강세를 보였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도 제약·바이오 산업이 R&D 성과 기술수출을 모멘텀으로 삼아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시장 성장은 다소 둔화됐지만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2020년까지 연평균 5%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다국적 제약사와 전략적 제휴를 토대로 도약할 전망이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시장성 있는 시장 개발 성과가 하나둘씩 나타나면서 업종 주가 센티멘털(투지심리)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한미약품에 이어 종근당, 대웅제약 등 꾸준한 실적 흐름이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장기 성장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김미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미약품이 5조원 규모의 퀀텀프로젝트를 포함한 4개의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크게 증가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셀트리온 렘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가능성과 삼성그룹 바이오 계열사 상장 이슈 등으로 바이오시밀러가 화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주의 성장성이 반드시 주가로 이어지리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지난해 거세게 흥행했던 만큼 고평가 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수익배율(PER)이 높은 종목의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주가 하락 위험이 뒤따른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을 시작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PER가 높은 종목은 할인률이 높아진다”며 “실적을 증명하는 종목이라면 괜찮지만 지난해처럼 업종 자체가 동반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주가 변동성이 켜졌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수많은 종목 중 옥석을 가려내는 선별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 팀장은 “2014년 미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주가가 굉장히 좋았지만 지난해에는 높은 멀티플(배수) 부담감으로 그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주도 이와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