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M&A 중 가장 거래 규모가 큰 것은 국내 PEF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사례다.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은 지난 9월 홈플러스 지분 100%를 5조8000억원에 매입하고 차입금 1조4000억원을 떠안는 방식으로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는 올해뿐 아니라 국내 M&A 사상 역대 최대 규모다. 이밖에 PEF인 한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와 손을 잡고 한라비스테온공조를 3조9000억원에 사들였다.
대기업 간의 빅딜도 올해 M&A 시장에서 주목할 부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삼성SDI의 케미칼사업부, 삼성BP화학, 삼성정밀화학을 3조499억원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롯데는 화학사업 부문을 강화했으며 삼성은 정보통신(IT)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는 효과를 거뒀다.
재계의 그룹별로는 롯데와 SK의 M&A가 돋보였다. 롯데그룹은 삼성그룹의 화학사업뿐만 아니라 KT렌탈, 더뉴욕팰리스호텔을 잇따라 인수했다. 롯데가 대형 M&A에 나서는 것을 두고 업계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체제를 굳히기 위한 일환으로 해석했다.
SK도 최태원 회장의 출소 이후 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는 올해 4분기에만 CJ헬로비전과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했다. SK의 대형 M&A 행보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SK그룹 계열 중 올해 정중동 행보를 보인 SK이노베이션이 내년 M&A시장 인수 주체로 등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 등 중국 자본의 국내기업 인수도 올해 크게 늘었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올해 중국 자본의 국내 기업 인수 및 지분 투자 사례는 2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건에 비해 2.3배 늘어난 수치다.
내년 국내 M&A 시장은 올해보다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산업은행 등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동부제철, 대우조선해양, STX 계열회사가 내년 M&A 시장에 본격 매물로 등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 가속화와 장기 성장을 꾀하는 대기업의 사업구조 재편도 2016년 M&A 시장이 활발해질 근거로 꼽힌다.
이처럼 국내 M&A 시장에 불이 붙으면서 투자은행(IB) 업계는 LG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LG그룹은 롯데그룹, SK그룹 등 다른 대기업과 달리 기업 인수에 보수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최근 5년간 LG그룹이 단행한 기업인수 중 가장 규모가 큰 거래는 2010년 LG생활건강이 더페이스샵을 4666억원에 인수한 사례다.
그러나 자동차 전장부품 중심으로 사업구조 변화를 꾀하는 LG전자는 내년 국내외에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업체의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미 LG전자는 지난 10월 열린 실적 설명회에서 “자동차 부품사업의 성장과 장기적 이익기반 확보를 위해 M&A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LG그룹이 전장부품 관련 기업 인수를 위해 그룹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