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동부제철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 M&A실과 노무라증권이 본입찰 일정을 내년 2월로 내다보고 있는 것을 두고 이 같이 평가했다. 연초 기업 인수에 자금을 쏟을 기업이 흔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동부제철의 내년 초 본입찰이 유찰될 것이란 관측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이 나오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동부제철의 주력 생산 제품은 자동차 차체에 들어가는 냉연강판과 자동차 소음기 소재인 아연도강판이다. 동부제철의 3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냉연ㆍ아연도ㆍ칼라 강판 등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77.7%에 달한다. 이외에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는 강관(상하수도 등)ㆍ형강(컨테이너 등)은 2.2%에 그치고 있다. 국내에서 이 회사를 인수할 기업으로 현대차그룹 계열인 현대제철을 꼽는 이유다.
그러나 현대제철은 동부제철 인수 얘기가 나오면 손사래부터 치고 있다. 철강 업황 부진을 고려하면 막대한 자금을 들여 동부제철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대제철은 동부제철의 용융아연도금강판(CGL) 생산 여력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CGL은 고급 자동차 강판에 사용되는 소재다.
지난해 동부제철에서 분리된 동부인천스틸의 매각이 추진될 때 중국의 바오산ㆍ우한ㆍ안산ㆍ샤오강 등의 철강회사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대만의 차이나스틸도 국내 진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참여 기업이든, 가격이든 조건이 맞지 않아 첫 번째 본입찰이 유찰되면 ‘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자제’ 논리는 힘을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자본의 공습이란 꽃놀이패에 흔들린 국내 기업이 결국 두 번째 본입찰에서 동부제철의 인수에 나설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이다.
산은이 동부제철의 첫 번째 본입찰에서 거래를 성사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치도 높지 않다. 산은은 지난해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인천스틸을 묶어 포스코에 팔려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산은은 지난해와 올해 유독 동부그룹 계열의 매각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번에는 다를 것이란 평가도 있다. 채권단의 동부제철 매각은 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진행될 것이 유력하다. 이는 채권단이 보유한 동부제철 지분 45.7%를 인수하는 것이 아닌, 신주 인수로 경영권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동부제철에는 신규 자금이 공급되는 효과가 있다. 동부제철 인수자로서는 20~25% 안팎의 지분으로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산은의 장부가가 아닌 ‘시장가격’ 매각 방침도 인수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배경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