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을 앉게 해 달라."
"나이가 굉장히 많거나, 병을 앓는 경우가 아니면 계속 서서 들어야 한다."
18일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은 가토 다쓰야(49)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측 변호인과 재판장이 법정에서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이다.
이날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 부장판사)는 무려 3시간여 동안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통상 1시간 안에 끝나는 다른 형사 사건 선고공판과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오래 걸렸다. 언론의 관심이 쏠린 사건이었던 만큼 재판부가 판결 사유를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했지만, 재판장의 말을 통역이 일본어로 다시 반복해 같은 내용을 읽어야 하는 상황에서 장시간 공판 진행은 불가피했다.
문제는 공판이 오래 걸린 만큼 피고인이 서 있던 시간도 길어졌다는 점이다. 선고공판이 시작된 지 1시간40여분이 지났을 무렵 변호인은 가토 전 지국장을 앉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서서 들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피고인이 선고공판 내내 서 있어야 한다는 절차적 근거는 없다. 재판장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굳어진 관행이다. 다만 법원은 2008년까지 '바람직한 재판운영에 대한 내규'를 통해 피고인을 세워서 선고하도록 내부 방침을 운영했다. 이 방안은 '피고인에 대하여 판결을 선고할 때에는 피고인을 법대 앞에 일어서도록 함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 예규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피고인에 대해 판결을 선고하거나 △판결이유의 요지설명이 길어지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앉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예규는 2008년 폐지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검사나 변호사도 구형이나 변론시 재판장에게 의견을 구할 때 서서 하는 것이 관례적 예우"라며 "본인 확인이나 건강 상태를 살피기 위해서 서게 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3시간 기립 선고'를 놓고 변호사들도 다양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의 권위를 존중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법조인들이 보기에는 당연한 관례다.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용민 변호사는 "변호사들도 재판부가 보건 안보건 법정을 드나들때 목례를 한다. 하지만 관행적인 것이라고 해서 법원이 먼저 이걸 당연하게 요구할 것은 아니고, 배려 문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공판검사 역시 일어서서 말하게 하는 게 원칙이지만, 기소의견이 길어질 때는 재판장의 배려를 받아 앉아서 진행하기도 하는 것처럼 피고인에 대해서도 관행을 앞세우기 보다 먼저 배려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